[탐사이다] 여전한 '불법 우회전', 혹시 당신도?
입력: 2022.01.29 05:00 / 수정: 2022.01.29 09:27

1월 도로교통법 개정, 교차로 우회전 시 일단멈춤 필수...현실은 '불법 우회전'

[더팩트ㅣ임세준 기자] 올해부터 차량 운행 중 교차로 내 우회전과 관련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는 소식에 많은 운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기존 도로교통법은 교차로 내 우회전에 대해 비보호 우회전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보행신호와 무관하게 우회전하는 것이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 21일 발표되고 오는 7월 22일부터 적용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다릅니다. 교차로 내 우회전과 관련해 도로교통법 25조에는 우회전 시 보행자에 주의해야 하고, 27조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할 때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규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취재진이 직접 도로에 나가 교차로 내 우회전 실태를 관찰해봤습니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사거리입니다. 차량들이 줄지어 우회전으로 강남대로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잠시 뒤 보행신호가 켜지고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지나지만, 보행신호를 보지 못한 차량들이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우회전하고 있습니다. 한 시간 가량 관찰한 결과 많은 운전자들이 보행자와 보행신호를 무시하며 우회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교차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발을 내딛는 순간 차량 한대가 위험하게 우회전으로 횡단보도에 진입해 지나쳐 버립니다. 이러한 상황은 현행법으로도 보행자 안전 위협으로 단속 대상입니다.강남역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 이곳은 교차로 내 보행신호가 동시에 점등되는 곳입니다. 하지만 보행신호가 끝나기 전에 보행자가 사라지자 차량이 슬금슬금 우회전하기 시작합니다.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이 보행 신호에 맞춰 건너는 보행자를 무시하고 지나쳐 위험해 보인다.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이 보행 신호에 맞춰 건너는 보행자를 무시하고 지나쳐 위험해 보인다.

서울 곳곳을 살펴본 결과 많은곳에서 운전자들이 보행자와 보행신호를 신경쓰지 않은 채 우회전으로 교차로에 진입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7월부터는 모든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 무조건 일시 정지해야 합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27조 1항을 살펴보면 기존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로 명시되어 있지만, 개정안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로 변경돼 운전자에게 일시 정지를 의무화함으로써 보행자 보호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도로 내 보행자가 없어도 무조건 정차해야 하도록 규정이 변경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기존 과태료와 함께 자동차 보험료가 최대 10% 할증됩니다.

지난해 3월 18일 인천 중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 학생이 덤프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12월 4일 경남 창원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두 사건 다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에 치여 사망한 사건입니다.

[정경일 변호사 : 운전자들이 우회전 할 때 횡단보도를 만나게 되는데 보행자 신호라도 그냥 우회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오는 7월부터는 우회전할 때 보행자가 횡단하려고 하는 경우에도 일시정지하는 의무 규정을 별도 마련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보호 의무를 차량 운전자가 위반했을 경우 2,3회 위반의 경우에는 보험료의 5%, 그리고 4회 이상 위반의 경우에는 보험료 10%까지 할증 적용되도록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강남대로로 진입하는 버스가 보행신호와 보행자를 보지 못하고 우회전 하고 있다. 조금 더 일찍 가려는 운전자들의 조급함이 안타까운 사망사고를 증가시키고 있다.
강남대로로 진입하는 버스가 보행신호와 보행자를 보지 못하고 우회전 하고 있다. 조금 더 일찍 가려는 운전자들의 조급함이 안타까운 사망사고를 증가시키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8∼2020년 우회전 차량 교통사고로 인한 보행 사망자는 212명, 부상자는 1만 3150명 입니다. 전체 교통사고 보행 사상자 중 우회전 보행 사상자의 비율도 2018년 9.6%, 2019년 10%, 2020년 10.4%로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일찍 가겠다는 운전자들의 안일한 인식이 안타까운 사망사고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개정 이전에도 운전자들 사이에서 많은 혼란이 오갔던 교차로 내 우회전 방법, 이제는 보행신호와 관계없이 무조건 멈추면 됩니다. 꼭 기억하세요, 교차로 내 우회전은 무조건 멈춰야 됩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임세준·윤웅 기자>

limsejun0423@tf.co.kr
탐사보도팀 jebo@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