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재개발 직격탄…'오래가게' 생존에 몸부림(영상)
입력: 2022.02.03 00:00 / 수정: 2022.02.03 00:00

수십년 역사 '은성장' '통술집' 문닫아…판로개척 등 자구책 마련

코로나 시대 노포가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다. 영업제한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이 겪고 폐업하거나 새로운 판로 개척에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진하 기자
코로나 시대 노포가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다. 영업제한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이 겪고 폐업하거나 새로운 판로 개척에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진하 기자

[더팩트|이진하 기자] '오래가게'는 ‘오래 된, 그리고 더욱 오래 가길 바라는 가게’라는 뜻으로 서울시가 '노포' 대신 붙인 순우리말 이름이다. 역사가 30년 이상 됐거나 2대 이상 대를 이어 명인·장인이 기술과 가치를 이어가는 가게다.

그런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오래가게가 생존의 기로에 섰다.

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서울 중구 을지로. 한우곱창 전문점이 들어선 이곳은 1972년 개업한 국밥집 '은성장'이 있던 자리다. 지난해 8월쯤 식당을 운영하던 70대 노부부가 코로나19 확진된 후 힘든 시간을 보내다 폐업했다.

인근에 있는 인현시장 안도 상황은 비슷하다. 크고 작은 점포 앞은 '임대' 종이가 곳곳에 붙어있다.

1961년 서대문경찰서 앞에 생긴 '통술집'도 코로나19 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60년 만에 문을 닫았다.

코로나 영향 뿐만이 아니다.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노가리 골목'은 재개발을 앞두고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청계청을지로보존연대 안근철 활동가는 "서울시에서 '미래 유산 골목'을 지정했지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곳에서 일하는 세입자들은 보호를 받지 못 한다. 소유자가 동의하면 철거를 해도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발 확정 당시 세입자 보상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에야 조금씩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안 활동가는 "이 지역은 특수성과 역사성이 있는 곳이라 무분별한 재개발은 안 된다"며 "제일 이상적인 것은 재개발보다 소규모로 리모델링돼 동네가 차츰차츰 변하는 것이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 이제 세입자를 위한 대책이라도 수립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에 있는 '을지면옥'은 1969년 개업 후 1985년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은 재개발을 추진하더라도 을지면옥의 원형은 유지할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으나 오세훈 시장은 도심 전면재개발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재개발에 앞서 코로나 확산도 큰 타격이다. 을지면옥 관계자는 "일단 코로나 영업제한이 있어 피해가 많다"며 "그나마 지난해 잠깐 시간제한이 없었을 때는 손님들이 꽤 왔는데 다시 영업시간 제한이 생기니까 장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오래가게 상인들은 새로운 판로 개척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도 한다. 한 김치찌개 가게는 포장 배달과 택배를 시작했다.

정육식당으로 유명한 한 오래가게는 지난해 유튜브 콘텐츠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음식 소개 프로그램에 소개된 후 2030 세대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이 식당 주인은 "사실 코로나 영향은 크게 못 느끼고 있다"며 "먹방 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먹고 가거나 각종 콘텐츠에 소개되다 보니 입소문이 나서 젊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내 80여곳을 오래가게로 선정해 홍보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 가게들의 생존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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