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시험 ‘출제오류’ 논란…숫자만 바꾼 유사문제도
입력: 2022.01.23 00:00 / 수정: 2022.01.23 00:00

유료 실무자 사이트에서 문제·답안 그대로 따와

2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2차 세무사시험의 공무원 특혜 의혹을 제기한 세무사시험개선연대’(세시연)는 ‘세법학1부 4번 문항 2번 물음’의 오류 가능성을 파악해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12월9일 오후 1시쯤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가 보낸 차량이 서울 여의도 4번 출구 인근에서 전광판을 통해 세무사 시험 제도를 비판하는 문구를 송출하고 있는 모습. /정용석 기자
2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2차 세무사시험의 공무원 특혜 의혹을 제기한 세무사시험개선연대’(세시연)는 ‘세법학1부 4번 문항 2번 물음’의 오류 가능성을 파악해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12월9일 오후 1시쯤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가 보낸 차량이 서울 여의도 4번 출구 인근에서 전광판을 통해 세무사 시험 제도를 비판하는 문구를 송출하고 있는 모습. /정용석 기자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공무원 특혜’ 의혹에 휩싸인 지난해 세무사 2차 시험에서 논란이 된 과목의 일부 문항이 오류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험생들은 소송을 검토 중이다.

작년 2차 세무사시험의 공무원 특혜 의혹을 제기한 세무사시험개선연대’(세시연)는 ‘세법학1부 4번 문항 2번 물음’의 오류 가능성을 파악해 불합격 처분 취소소송에 나설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이 물음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저당권이 설정된 재산의 부담부증여 사례를 제시하고, 증여재산가액과 증여세 과세가액의 계산 과정 등을 묻는다.

수험생들은 문제에서 증여로 제시된 사례가 실은 ‘양도’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사례에서 부모는 시가가 불분명한 단독주택을 자녀에게 임대보증금과 금융채무를 모두 인수하는 조건으로 부담부증여했다. 임대보증금 3억 원과 금융채무 2억 원의 합이 상증세법상 특례로 계산한 건물 증여재산가액인 5억 원과 동일한 상황이다.

그런데 ‘증여’란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무형의 재산 및 이익을 이전 혹은 재산을 증가시켜주는 것을 뜻한다. 해당 사례가 '증여'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다수다.

12년차인 강진성 세무사는 "해당 사례는 무상으로 이전한 부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에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며 "양도인인 부모의 입장에서 건물에 잡힌 채무가 100% 자녀에게 이전되기 때문에 빚의 탕감에 따른 ‘양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B세무사도 "해석이 갈릴 여지가 있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은 비슷한 사례를 ‘양도’로 봐야 한다는 국세청의 조세심판판례에 근거를 둔다. 지난 2016년 국세청 조세심판원은 "부동산 증여 시 채무로 인수한 보증금이 증여세 과세가액보다 많다면 증여받은 재산은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21일 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동산을 증여받는 경우 채무로 인수한 보증금이 더 많은 경우 증여받은 재산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국세법령정보시스템
21일 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동산을 증여받는 경우 채무로 인수한 보증금이 더 많은 경우 증여받은 재산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국세법령정보시스템

이것 뿐만이 아니다. 현직 세무공무원 및 세무사 등 실무자만 이용 가능한 모 민간 사이트에 먼저 실린 문제와 유형이 비슷하다는 논란도 있다.

수험생들은 이 문항이 민간 사이트 ‘이택스코리아’에 올라온 것과 아주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숫자만 다를 뿐 사례의 이야기와 요구하는 답안의 서술 방식이 대체로 비슷하다.

세시연 측은 "채점도 이 민간 사이트에 제시된 답안을 그대로 따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세시연이 지난 12월8일부터 1월20일까지 80여명 회원의 답안지를 복기한 결과 문제의 사례를 ‘양도’로 판단한 답안이 모두 ‘0점’을 기록한 까닭에서다.

문제는 A사이트에 제시된 답안은 공신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 답안은 소수 실무자들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 관계자는 "(답안) 내용은 실무자들이 임의적으로 해석한 내용"이라며 "해당 내용에 오류가 있으면 수정도 한다"고 밝혔다.

세법학1부는 10년 이상 국세 업무를 한 공무원 등은 면제받는 과목이다. 지난해 여기서 과락한 2차 세무사시험 수험생의 응시자 비율은 82.1%(3254명)를 기록했다. 공무원 합격률은 지난 5년 평균(2.53%)의 약 10배인 21.39%였다. 공무원 특혜 의혹의 배경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0일부터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대한 특정감사를 진행해 지난 14일 마무리했다. 감사원도 지난달 2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세시연이 청구한 감사를 실시할지 검토 중이다.

y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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