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m 굴다리 빼곡한 어르신 줄…"왜 밥퍼를 없애냐"
입력: 2022.01.19 05:00 / 수정: 2022.01.19 05:00

불법증축 고발 '밥퍼' 현장…"이 분들은 생존의 문제"

18일 밥 나눔에 한창인 청량리 쌍굴다리에는 배식을 받기 위한 줄이 60m 길이의 굴다리 한참 너머까지 늘어섰다. 공간이 좁아 사람들은 인파를 겨우 뚫고 지나다녔다. /김미루 인턴기자
18일 '밥 나눔'에 한창인 청량리 쌍굴다리에는 배식을 받기 위한 줄이 60m 길이의 굴다리 한참 너머까지 늘어섰다. 공간이 좁아 사람들은 인파를 겨우 뚫고 지나다녔다. /김미루 인턴기자

[더팩트ㅣ김미루 인턴기자] "증축이 필요했는데 (고발 이후) 완전 중단된 상태다. 안에서 못 드시니까 따끈따끈한 국물 한 국자 못 퍼드린다."

14년 전부터 밥퍼나눔운동본부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준비했다는 김미경 다일공동체 본부장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1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오전 11시가 넘어가자 바로 옆 청량리 쌍굴다리에는 배식을 받기 위한 줄이 60m 길이의 굴다리 한참 너머까지 늘어섰다. 공간이 좁아 배달 오토바이는 빵빵 소리를 내며 사람들 사이를 겨우 뚫고 지나갔고, 자전거도 연신 벨을 울렸다.

증축 공사 전에는 건물 내부와 넓직한 마당에서 배식도 하고 식사도 가능했는데 지금은 공사 때문에 좁은 굴다리와 보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서울시가 불법 증축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했고, 공사는 멈춘 상태다.

김 본부장은 "(어르신들이) 배식 한 번 받아서 세 끼를 드시는 걸 생각해서 하루 3000인분을 준비한다"며 "어르신이 계속 늘어나 식자재 창고도, 밥 드실 공간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봉사자는 배식이 늦어져 줄이 더 길어질까 비닐봉지에 밥, 반찬 세 가지와 캔 음료, 귤 두 알, 일회용 마스크를 서둘러 넣어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 /김미루 인턴기자
봉사자는 배식이 늦어져 줄이 더 길어질까 비닐봉지에 밥, 반찬 세 가지와 캔 음료, 귤 두 알, 일회용 마스크를 서둘러 넣어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 /김미루 인턴기자

봉사자는 배식이 늦어져 줄이 더 길어질까 비닐봉지에 밥, 반찬 세 가지와 캔 음료, 귤 두 알, 일회용 마스크를 서둘러 넣어 노인들에게 전달했다. 배식을 받은 사람들은 인근 버스정류장 의자에서, 건축자재가 쌓인 더미 위에서 한 끼를 해결하고 있었다.

배식을 받던 박모(86) 씨는 "성북구에 사는데 매일 이 곳까지 걸어온다. 일요일 빼고 다 온다"며 "코로나 때문에 구 복지원이 문을 닫아서 밥 먹을 데도 없다"고 털어놨다.

이 곳에서 '김안경'으로 불리는 김모(85) 씨는 "원래는 건물 안쪽이랑 마당에서 배식을 받았다. 굴다리 아래에서 받는 건 너무 불편하다"며 "공사가 빨리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오늘 밥을 하나씩 손에 쥐여 드리는데 뉴스를 본 어르신들이 '왜 밥퍼를 없애냐'고 물어보더라"며 "'자식이 나한테 밥을 해줬어. 나라가 해줬어'라고 화를 내는 어르신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다른 때는 어르신들이 기자가 와도 인터뷰를 절대 안 한다. 그런데 지금은 나서서 하지 않냐"며 "이 분들께는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 곳을 운영하는 최일도(65) 목사가 지난해 6월부터 시유지인 건물의 증축 공사를 진행했다며 지난달 10일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소유자인 시의 토지사용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다.

최 목사와 서울시는 증축한 무료급식소를 기부채납 후 고발을 취하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부채납은 기부자가 자신의 재산을 지방자치단체 등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일종의 증여계약이다.

miro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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