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뛰어넘은 조문 행렬…고 배은심 여사 분향소 표정
입력: 2022.01.10 19:11 / 수정: 2022.01.10 19:11
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9일 향년 82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10일 오전 분향소가 마련된 이한열기념관을 찾는 시민들과 정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시작됐다. 배은심 여사는 생전 이한열기념관 3층 복도를 덮은 타일에 친필 편지를 남겼다. /김미루 인턴기자
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9일 향년 82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10일 오전 분향소가 마련된 이한열기념관을 찾는 시민들과 정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시작됐다. 배은심 여사는 생전 이한열기념관 3층 복도를 덮은 타일에 친필 편지를 남겼다. /김미루 인턴기자

이한열 열사 모친에 "민주화 전선 앞장선 활동가"

[더팩트ㅣ김미루 인턴기자] 9일 별세한 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분향소가 마련된 이한열기념관에 각계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10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이한열기념관 3층 배 여사의 분향소에는 오전 10시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시작돼 오후 5시 기준 150여명이 방문했다.

시민들은 배 여사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던 활동가로 기억했다.

배 여사 생전 함께 유가협 활동을 한 윤명선(77) 씨는 "한국의 어머니들이 민주화를 열망하면서도 자식들·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전선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며 "(배 여사는) 30년 동안 민주화 운동을 위한 거리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정명호(73) 한국전쟁전국유족회 상임대표는 "두 달 전쯤에 유가협(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집회에서 마지막으로 뵀다"며 "좋은 일 궂은일 마다하지 않던 분"이라고 말했다.

최수동 5.18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 전 회장은 "배 여사 하면 생각나는 단어는 '겸손'과 '원리원칙'"이라며 "자기 분신(이한열 열사)이 그렇게 되니 민주화운동에 같이 참여하게 되셨다"고 말했다.

이 열사와 6.10 항쟁에 참여한 연세대학교 동문들도 분향소에 자리했다.

위진오(56) 이한열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대학 동기였던 이 열사를 두고 "쓰러지기 하루 전 교양 윤리 수업에서 볼펜을 (내게) 빌린 게 마지막 모습이다. 200명 듣는 수업의 계단식 교실에서 볼펜을 빌려 숙제 한 장 제출하고 오후에 집회가 있어 나가게 된 것"이라며 "사고가 난 뒤에야 한열인 줄 알았다"고 기억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 정명수(55) 씨는 후배 5명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정 씨는 "6월 혁명은 우리에게는 역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며 "배은심 여사가 돌아가시면서 6월 항쟁이 역사 마지막 페이지가 됐다"고 말했다.

고 이한열 열사와 6.10 항쟁을 떠올리며 1940년대생부터 20년대생까지 각계각층의 시민이 이날 분향소를 찾았다. /김미루 인턴기자
고 이한열 열사와 6.10 항쟁을 떠올리며 1940년대생부터 20년대생까지 각계각층의 시민이 이날 분향소를 찾았다. /김미루 인턴기자

6월 항쟁 한참 뒤에 태어난 1990년대생과 2000년대생 청년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한열 장학회 장학금을 받은 인연으로 분향소 자원봉사자로 참석한 김평강(26) 씨는 "먹먹하다"면서도 "슬퍼만 할 이유는 없다. 그분의 뜻을 잇는 사람들은 계속 있다"고 말했다.

대학 역사 동아리에서 6월 항쟁을 공부했다는 백송이(21) 씨와 문한솔(25) 씨는 "이한열 열사님이 얼마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셨는지 잘 안다"며 "그간 힘들게 사셨을 것 같아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조문 왔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방문한 정치권 인사들은 고인이 생전 추진했던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 제정에 의지를 보였다.

이 법안을 발의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인께서도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바라고 계실 것"이라며 "대선 끝나고 곧바로 유공자법을 심사하고 본회의에 부쳐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 반대로 처리 못 했는데 국민들 오해도 있다"며 "돌아가신 분들이나 장애를 입으신 분들에게는 적어도 예우에 맞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으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배 여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유가협 활동가들과 함께 20여 년째 공전 중인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배 여사의 장례는 시민사회장으로 3일 동안 광주시 동구 서석동 조선대학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발인은 11일 오전 10시에 진행돼 망월동 8묘역에 안장된다.

miro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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