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이다] '좀 편하게 보고 싶습니다!'… 속보이는 남자 화장실
입력: 2022.01.09 00:01 / 수정: 2022.01.09 00:01

[더팩트ㅣ배정한 기자] 용변을 보던 중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혹은 다른 이성과 눈이 마주친다면 어떨까요? 두 가지 질문 모두 당황스러운 상황인 건 분명합니다.

남자라면 공중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가 화장실 밖을 지나가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상황을 대부분 겪어봤을 겁니다. 개별 칸막이와 문이 있는 좌변기에서는 경험하기 어렵지만 칸막이가 없는 소변기에서는 은근히 자주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서울 성동구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남자 화장실 내부가 훤히 다 들여다 보입니다. 이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남성들도 민망하지만 여자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지나가야 하는 여성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남자화장실 이용객: 낯부끄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구조적으로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공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역 주차장에 있는 이 화장실도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가 외부에서 바로 보입니다. 이곳은 화장실의 구조도 문제지만 출입구를 활짝 열어 닫히지 않게 고정을 시켜놔서 내부가 전부 노출되고 있습니다.

[여자화장실 이용객 : 눈 마주치면 서로 좀 민망하고 뭐라고 할 거 같고...]

[기자: (남자화장실) 문이 열려있으면 소변기가 다 보이는 데 항상 열려있나요?]

[화장실 미화원: 여름 내내 열어놓고 살았어요. 여기 닫아놓으면 냄새가 나서...]

행정안전부는 2018년 1월에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고 시행했습니다. 법령에 따르면,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을 할 때 공중화장실 출입구는 복도나 도로 등을 통행하는 사람에게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하고 소변기는 가림막을 설치해야 합니다.

그러나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화장실은 소급 적용되지 않아 4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내부가 보이는 화장실로 인한 불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화장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화장실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고 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대표: 왜냐하면 그게 이제 소급 적용이 안 되니깐... 이건 "누구에게나 다 남성도 불편한 일이고 옆에서 보는 여성도 보려고는 아니지만 지나가는 길에 있으니까 거울에 비춰서도 보이고 여러 가지 그런 부분들 때문에 서로가 민망한 공간이다"라고 해서 그런 식으로 해서 공문도 보내고... 아직도 글쎄 제가 보면 한 40% 50% 그렇게는 아직 문제가 있는 화장실이 있어요.]

반대로 내부가 보이지 않는 잘 지어진 화장실들을 확인해 봤습니다. 남녀 화장실 입구가 한곳에 붙어 있지만 서로서로 내부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 다른 화장실은 남녀 화장실 입구 자체를 멀리 떨어뜨려 놓았습니다. 물론 외부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는 구조로 출입구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미 개방된 구조로 지어진 화장실은 가림막을 설치하거나 출입구를 잘 닫아놓으면 내부가 노출되는 민망한 상황을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물주의 인식 부족과 관리자의 편의를 위해 방치된 화장실에서 남성들은 용변을 보는 모습이 노출되는 황당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중화장실에 대한 여러 관점의 차이와 관리 문제점들이 공존하고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타인의 시선이 차단되야 된다는 인식이 우선한다면 모두가 편안한 화장실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임세준·윤웅 기자>

hany@tf.co.kr

탐사보도팀 jebo@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