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살고싶다” 장애인들의 특별한 성탄절 기도
입력: 2021.12.24 17:55 / 수정: 2021.12.24 17:55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은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성탄절 맞이 전국 탈시설 미사’를 진행했다./주현웅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은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성탄절 맞이 전국 탈시설 미사’를 진행했다./주현웅 기자

매주 수요일 탈시설 미사 진행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탈시설을 촉구하는 장애인들이 성탄을 기다리며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이들은 "예수는 인간의 억압이 아닌 자유와 평화를 위해 나오셨다"며 "탈시설 권리를 달라"고 촉구했다.

2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은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성탄절 맞이 전국 탈시설 미사’를 진행했다. 천주교 신부가 참여하진 않았으나, 다음날 성탄절을 기념해 소망을 전하는 자리인 만큼 모인 목적을 ‘집회’가 아닌 가톨릭 제식 ‘미사’로 규정했다.

전장연은 "처음부터 시설에서 살고 싶었던 장애인은 없다"면서 "시설 입소에 동의하는 장애인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선택의 여지마저 봉쇄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시설이란 장애인을 시설에 별도 수용하기보다는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으로 세계적 추세다. 정부도 지난 8월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해 오는 2025년까지 순차적 탈시설을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구체적 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명동성당에 모인 장애인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탈시설 지원법’ 통과 등을 요구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으로, 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을 지원하고 시설 등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쇄하는 게 골자다.

배재현 서울전장연 대의원은 "지금도 여러 지역의 장애인 시설에서 인권침해와 폭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밥을 너무 일찍 먹었다며 폭행 당하고, 벌을 받았다는 사례가 최근에도 제보로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설을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멋지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많이 있다"며 "이는 모든 장애인의 꿈이지만, 억압과 강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의 현실이라 하루 빨리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천성호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라는 게 예수가 오신 성탄절의 메시지지만 장애인 다수는 정반대 삶에 놓여 있다"며 "시설 밖에서 여러 사람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게 시설 장애인들의 소원"이라고 전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천주교에 쓴소리를 했다. 천주교가 관리·운영하는 장애인 시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는 탈시설을 인정하고, 장애인들의 자립 생활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장연 등은 지난 10월 6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탈시설 미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탈시설 자립생활에 한국 천주교도 함께 하자는 취지"라며 "앞으로도 행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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