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석준 사건을 계기로 흥신소의 명칭이나 관리 감독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새롬 기자 |
"제도권 넣어야 규제 가능" 주장…국회 벽 넘기 힘들 듯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불법 심부름센터는 지금 용어도 통일돼 있지 않다. 관리 주체 논의 등 본격적인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석준 사건'을 놓고 이같이 말했다.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 집을 찾아가 어머니를 살해한 이석준(25)은 흥신소를 통해 주소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흥신소 관계자 1명을 구속하고 관련자들을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최 청장은 흥신소 양성화를 놓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낸 것이다. 이같이 경찰 수뇌부가 공식석상에서 공론화를 촉구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에 따르면 흥신소는 경제상 신용에 관한 사항만 다룰 수 있다. 지난해 8월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서 실종 아동 수색으로 업무 영역이 확대되고, '탐정'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흥신소는 탐정, 심부름센터, 민간조사업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업무는 대동소이하다. 실제로는 배우자나 연인의 소재 파악이 주된 업무다. 그러나 신용정보법상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것을 업으로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소재 파악 과정에서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하거나 이용하는 게 현실이다. 음지에서 개인정보 수집을 업으로 삼아 '이석준 사건'처럼 강력범죄에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신변보호 대상자였던 전 여자친구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5)에게 피해자 가족 주소를 알려준 혐의로 구속된 흥신소 운영자 A씨가 23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
이에 음지에 있는 이들을 양지로 끌어올려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해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제도권 안에 들어와야 규제를 할 수 있다.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불법 행위는 강력히 제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합법적 테두리에 넣어 감독이 잘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국가정보원보다 무서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라며 "찬반을 떠나 발생할 후유증에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당장 국회에서 진지한 논의와 법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이명수·윤재옥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같은 이름의 '탐정업 관리에 관한 법률안'도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일각에선 행안위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도 법조인 출신이 다수인 법사위에서 막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설탐정이 합법화되면 변호사 업무를 침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역시 경찰청과 사설탐정에 대한 관리 주체를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어 향후 구체적인 논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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