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에 살고 싶어요'…쪽방촌 힘겨운 겨울나기
입력: 2021.12.19 00:00 / 수정: 2021.12.19 00:00
우리도 집다운 집에서 살고 싶다라는 메시지가 동자동 사랑방에 적혀있다. /이선영 인턴기자
'우리도 집다운 집에서 살고 싶다'라는 메시지가 동자동 사랑방에 적혀있다. /이선영 인턴기자

영하 10도 떨어진날 찾아가 본 동자동 쪽방촌

[더팩트ㅣ이선영 인턴기자]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은 한파에 꽁꽁 얼어붙었다.

일부 집주인은 돈 때문에 보일러가 있어도 틀어주질 않고, 다른 한쪽은 노후돼 고장이 나 있기도 했다.

동자동 사랑방 게시판에는 아이가 적은 듯한 '우리도 집다운 집에서 살고 싶다'라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겨울 맞은 동자동 쪽방촌에 '해 뜰 날'은 올 수 있을까.

지난 2월 정부와 서울시 등은 ‘서울역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을 약속했지만 뚜렷한 개발 계획은 아직이다.

주민들도 민간개발과 공공개발로 의견이 엇갈려 동네는 일대 혼란을 겪고 있다.

"곧 개발될텐데 난방 보수할 이유 없다"는 집주인도

"집주인한테 밉보이면 어떡하나. 난방해달라고 말하기도 무섭다."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던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만난 김모(63) 씨는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추위를 버티고 있었다. 패딩 한 벌과 수면 양말 두 짝이 그가 가진 방한용품의 전부였다.

2평도 안 되는 방에 약 25만 원 월세를 주고 살지만 냉골 방을 벗어나지 못한다.

난방이 안 된다고 신고나 요청을 하면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건물에서 나가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가 살얼음 같은 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시설 자체가 낡은 것도 있지만 최근 동자동 쪽방촌에 들이닥친 민간개발 열풍도 한몫한다.

일부 주민단체가 민간개발을 주장하면서 국토교통부와 용산구는 요구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김 씨는 "몇몇 집주인들은 곧 개발이 이뤄질 건물에 난방시설을 보수할 이유가 있냐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에 용산구는 11월 15일부터 3월 15일까지 한파 상황관리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한파 특보가 발령되면 한파 대책본부를 24시간 운영한다.

하지만 30년 이상 된 건물이 80% 이상이어서 외풍 등의 문제를 막기는 어렵다.

용산구 관계자는 "쪽방촌 주민을 위한 난방용품 지급과 응급 구호 활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시설물 관리반에서 가스 공급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공공주택 지구지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선영 인턴기자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공공주택 지구지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선영 인턴기자

감염병에 취약한 구조…대책 마련 어렵게 해 ‘악순환’

코로나19에도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여관, 고시원을 이용한 쪽방에 사는 이들은 약 20명 정도가 공동으로 화장실과 주방을 같이 써 구조적으로 감염병에 취약하다.

쪽방에 거주하는 A(58) 씨는 "최근 같은 건물에서 확진자가 부쩍 많이 나왔다"며 "별다른 대책 없이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게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책도 없이 여름과 겨울마다 정치인과 기자들이 다녀간다며 불쾌감도 감추지 않았다.

이처럼 코로나19에 취약한 구조는 지자체의 지원에도 차질을 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용산구 보건소 관계자는 "당뇨와 혈압 측정 등 기본적인 건강 검진을 하고 있다"면서도 "지난주에도 확진자가 나와 접근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공공주택 지구지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낙후된 건물이 빼곡한 상황에서 토지건물주간 이해관계는 갈수록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쪽방 자체가 공간이 협소하고 밀폐됐기 때문에 코로나에도 취약하다"며 "부엌 없이 수도만 공동으로 사용하고 몸을 씻는 곳에서 쌀을 씻는 악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60% 정도는 기초 수급자이고 65세 이상 노인분들과 중증장애인, 근로 능력이 없는 분들이 많이 거주해 건강이 안 좋은 분들이 더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거 환경을 옮겨야 하는데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면서 살게 하는 것은 그 자리에 적정 주거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공공주택사업 지구지정 고시가 조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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