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 뒷전인 대리수술·공장식수술…원인은 '돈'
입력: 2021.12.13 00:00 / 수정: 2021.12.13 08:34
고 권대희씨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공소장 변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고 권대희씨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공소장 변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 "근절 위해 제도 개선 필요"…형사처벌 강화 법안 계류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대리 수술'이나 '공장식 수술' 등 의료사고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윤리보다는 돈이 먼저인 일부 의료인들의 본말전도된 인식이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의료사고 전담수사팀은 의료법 위반으로 서울의 서초구 연세사랑병원 병원장 A씨를 수사 중이다.

A씨는 인공관절과 연골치료제 등을 공급하는 의료업체를 자회사로 설립해 의료기구 등을 거래하고, 업체 직원에게 수술을 시킨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 8월 병원과 해당 의료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자료를 분석하는 단계다.

'대리 수술' 문제나 '공장식 수술' 문제 등 의료법 위반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663건 △2018년 2986건 △2019년 3358건 △2020년 2937건 △2021년 11월 2937건의 의료법 위반 사건이 발생했다.

전담수사팀 경찰들은 신종 장비를 다루는 능력이 미숙한 점과 '윤리'보다는 '금전적 이익'에 경도된 의식이 문제라고 본다.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범죄는 한 의료진이 수술방 여러 개를 열어 놓고 수술하는 '공장식 수술'이다. 2016년 고 권대희 사건 당시에도 의사는 환자를 많이 받기 위해 같은 시간대 방을 여러 개 열어 놓고 들락거리며 수술을 진행했다.

당시 의사는 다른 환자 수술을 이유로 권 씨의 출혈 원인이나 부위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고, 면허가 없는 간호조무사에게 수술 부위를 지혈하도록 했다. 권 씨는 결국 과다출혈로 숨졌다.

1심은 지난 8월 '공장식 수술'로 수 시간 조치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하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성형외과 원장 B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의료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시키는 과정에서 욕심을 내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한 전담수사팀 관계자는 "한 번에 한 사람에게 주입해야 하는데, 남은 것을 모아 사용하다 보니 감염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많은 환자를 받으려 하다 보니 발생하는 범죄"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의료사고 전담수사팀은 의료법 위반으로 서울의 서초구 연세사랑병원 병원장 A씨를 수사 중이다. /남윤호 기자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의료사고 전담수사팀은 의료법 위반으로 서울의 서초구 연세사랑병원 병원장 A씨를 수사 중이다. /남윤호 기자

대리 수술도 의식 부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의료 장비는 고도화되는데, 새 장비를 제대로 익히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업무 과다를 이유로 새 장비를 익히지 않고, 영업사원 엔지니어들이 대리 수술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영업사원은 판매 실적을 내야하고, 의료진은 본인보다 신규 장비를 잘 다루는 영업사원에게 맡기는 게 편하다는 생각이 범죄의 시작이 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의료진들이 시간을 내서 새 장비를 익히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찰 관계자는 "심한 경우 어떤 영업사원은 정형외과를 비롯한 여러 과에서 스케줄을 짜놓고 대리 수술에 참여한 사례도 봤다. 3개월이라도 최소한의 수련 기간을 거치도록 보건복지부나 대한의사협회가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국회도 대리 수술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한다. 현재 대리 수술을 교사한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올라와 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발의한 개정안에는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교사한 의사에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익신고자에 형사처벌을 감경·면제하도록 했다.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있더라도 내부 관계자의 진술 없이는 사건 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불법 의료행위를 더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수술실 환자 안전을 제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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