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면제과목 과락률 82%…세무사시험 특혜 의혹
입력: 2021.12.05 00:00 / 수정: 2021.12.05 08:09
지난 1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 합격자 공고를 보면 합격자 706명 중 세법학 과목을 응시하지 않은 경력 20년 이상의 국세청 공무원 출신은 151명에 달한다. /뉴시스
지난 1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 합격자 공고를 보면 합격자 706명 중 세법학 과목을 응시하지 않은 경력 20년 이상의 국세청 공무원 출신은 151명에 달한다. /뉴시스

일반 수험생 대거 탈락에 집단소송 예고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지난 9월 실시된 세무사 2차 시험문제가 세무공무원 출신에게 유리하게 출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년 이상 재직한 세무공무원은 세법학 과목 시험을 면제받는데, 해당 과목에서 과락률이 82%에 달하는 등 일반 수험생이 대거 탈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법학 1부 과목의 특정 문제에서 "답안을 작성했지만 0점을 받았다"는 수험생들의 인증글이 쌓이면서 논란이 더욱 확대됐다. 모든 수험생이 치르는 공통과목이 아닌 특정 과목에서 0점이 속출한 데 의심을 품는 수험생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합격자 3명 중 1명 세무공무원 출신…5년 평균 10배

지난 1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발표한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 합격자 공고를 보면 합격자 706명 중 세법학 과목을 응시하지 않은 경력 20년 이상의 세무공무원은 151명이다. 이는 전체 합격자의 21.39% 수준이다.

경력을 인정받은 세무공무원은 문제가 된 세법학 1부, 세법학 2부 과목을 치지 않는다. 10년 이상 경력의 세무공무원은 1차 시험이 면제다. 이들까지 합치면 33.56%, 합격자 셋 중 하나가 세무공무원 출신이다.

지난 5년간 20년 이상 경력 세무공무원 합격자는 2020년 17명(2.39%), 2019년 35명(4.8%), 2018년 8명(1%), 2017년 15명(2.3%), 2016년 27명(4.2%)으로 평균을 내면 20명(2.53%)이다. 올해 이들 합격자 비율은 지난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10배 가량 늘었다.

그 이유로 세법학 1부 과목의 과도한 과락률이 꼽힌다. 올해 과락률은 82%로 지난 5년간 평균 과락율(38.66%)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1차 시험을 붙은 일반 수험생 5명 가운데 4명이 해당 과목 때문에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반 수험생들이 대거 탈락한 빈자리를 세무 공무원들이 차지한 셈이다.

많은 수험생이 세법학 1부의 4번 문제에서 0점 혹은 2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채점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무사 수험생들이 대부분 이용한다고 알려진 다음 카페 ‘예비세무사의샘’에는 해당 문제에서 0점과 2점을 받은 학생들의 인증글이 현재까지도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올해 세무사 2차시험에서 20년 이상 경력의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 비율은 지난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무려 10배 가량 늘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용석 기자
올해 세무사 2차시험에서 20년 이상 경력의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 비율은 지난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무려 10배 가량 늘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용석 기자

◆채점 공정성 문제 불거져...집단소송 예고

문제는 시험을 주관하는 산업인력공단이 채점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답안이 정확하게 채점됐는지 확인할 수 없어 채점 기준과 모범답안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산업인력공단은 공개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이에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를 늘리기 위해 세법학 1부의 난이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올해 시행된 시험은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들이 퇴직 후 즉시 개업해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시험이라 논란이 가중된다.

지난달 23일 공표된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에 따르면 5급 이상 공직퇴임 세무사는 1년간 근무한 곳에서 처리하는 사무와 관련한 세무대리를 1년간 수임할 수 없다. 시행은 내년 11월23일 부터다. 올해 시험에 합격한 세무공무원까지 1년여간 전관예우를 누릴 수 있다.

수험생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공정성 의혹을 제기하는 수험생 100여명이 카카오톡 공개대화방에 모여 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현직 세무사들도 세무사 시험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창식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은 "억울한 수험생이 없도록 특별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세무사시험의 불합리를 줄이려면 공인회계사 시험을 참고해 부분 합격제 도입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사 A씨는 "합격자 최소득점(커트라인)인 45.5점에 세무공무원 합격자가 몰려있는지, 세무공무원 합격자들의 점수가 몇점인지 등을 공개한다면 의혹이 풀릴 것"이라고 제언했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채점기준 미공개 방침은 사전 공지하고 있으며 출제 과정에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세무사 공무원 특혜 의혹을 알고는 있지만 재채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y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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