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흉기난동' 뭇매 맞는 경찰…"직무상 면책조항 필요"
입력: 2021.11.27 00:00 / 수정: 2021.11.27 08:09
김창룡 경찰청장은 24일 전국 경찰에 서한문을 보내 권총과 테이저건 등 무기·장구 사용과 활용이 자연스럽게 손에 익도록 장비와 예산을 확대해 반복 훈련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은 24일 전국 경찰에 서한문을 보내 "권총과 테이저건 등 무기·장구 사용과 활용이 자연스럽게 손에 익도록 장비와 예산을 확대해 반복 훈련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총기 사용 문제되면 대부분 유죄판결"…비현실적 규정 지적도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서울 '신변보호 여성 피살 사건' 등으로 경찰의 현장 대응력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 내에서는 자성과 함께 범죄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현장 경찰관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크게 5가지다. 2019년 마련된 '경찰관 물리력 행사에 관한 기준'에 따라 '순응', ‘소극적 저항’, ‘적극적 저항’, ‘폭력적 공격’, ‘치명적 공격’ 등으로 분류한다.

'소극적 저항' 단계에서는 경찰봉을 내려치거나 방패로 밀칠 수 있다. '폭력적 공격' 단계에선 테이저건, 경찰봉 가격, 방패 세게 밀기, 신체적 물리력 가격 등이 가능하며 '치명적 공격' 상황에선 권총도 허용된다.

최근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에서도 2명의 현장 경찰관은 물리력 행사가 가능했다. 출동했던 경위는 실탄 권총과 삼단봉, 순경은 테이저건을 소지했다. 그런데도 두 경찰관은 범행제지와 피해자 구호 등 즉각적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것이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는 규정이 현장과 동떨어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예컨대 경찰 규정에는 △대상자 주변에 가연성 액체가 있는 경우 △대상자가 수갑 또는 포승으로 결박된 경우 △저항상태가 지속될 뿐 즉시 중단시켜야 할 정도로 급박하거나 위험하지 않은 상황 등에는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해 제약이 많다.

특히 테이저건은 총기보다 더 많이 사용되지만 훈련 횟수가 절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통상 테이저건 훈련은 1년에 1번씩만 진행되는데, 비용 문제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총기 사용 절차도 까다롭다. 기준상 권총을 쓰려면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사전에 구두 혹은 공포탄으로 경고하고 방향은 앞쪽 허공을 향해야 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한 지방청 관계자는 "권총을 사용할 경우 우선 경고해야 한다고 규정돼있지만, 총기는 대부분 위급한 상황에 사용하기 때문에 현실과는 동떨어진다"고 말했다.

규정 위반 책임이 엄격해 대응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불만도 있다. 한 일선 경찰 관계자는 "판례 등을 검토해 규정을 마련해놓았다지만, 직무집행 과정에서 총기 사용 문제로 재판에 넘어가면 경찰관이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가 많다"라고 토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지난 23일 김창룡 경찰청장을 만나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등에서 드러난 경찰의 부실대응을 지적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은 (왼쪽부터)양기대, 서영교, 오영환, 임호선 의원 모습./주현웅 기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지난 23일 김창룡 경찰청장을 만나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등에서 드러난 경찰의 부실대응을 지적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은 (왼쪽부터)양기대, 서영교, 오영환, 임호선 의원 모습./주현웅 기자

경찰이 범죄현장에서 과감한 직무집행을 할 수 있는 요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적인 업무수행 중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적절한 조치들이 마련돼야 소신 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되면 필요한 조치를 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현장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영교 행정안전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으로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경찰공무원이 정당한 직무 수행을 하다 발생한 피해에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상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 위원장은 "강력범죄 현장에서 긴급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줄이고, 경찰관에게 생긴 과실이 있으면 책임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소방처럼 직무상 면책 조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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