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부르는 층간소음…무력한 중재+부실시공 '콜라보'
입력: 2021.11.25 05:00 / 수정: 2021.11.25 05:00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문제로 아랫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24일 오전 인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1.11.24. /뉴시스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문제로 아랫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24일 오전 인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1.11.24. /뉴시스

인력·전문성 부족한 층간소음센터…품질 떨어지는 바닥시공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인천 흉기 난동 사건’ 등에서 드러난 층간소음 갈등의 심각성을 완화하려면 정부의 미흡한 중재 능력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한국환경공단이 ‘층간소음 이웃관리센터’(층간소음 센터)를 운영하며 갈등 조정 역할을 하지만,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해 제도 전반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운영된 층간소음 센터에는 현재 32명이 근무하고 있다. 환경보전협회와 국토교통부도 층간소음 갈등 중재 기구를 운영하고 있으나, 각각 서울 지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지은 공공주택으로 대상이 한정돼 있어 층간소음 센터가 가장 큰 기관이다.

그러나 층간소음 센터의 전문성 제고 및 조직 확대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하다. 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센터에 접수된 상담 신청은 4만2550건이다. 32명이 근무하는 곳에 하루 평균 1330건의 상담이 접수된 셈이다. 코로나19로 작년에 급증한 수치라지만, 2017~2019년에도 매년 2만3000건 이상의 상담이 접수돼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상담을 신청하는 일마저 어려운 현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층간소음과 피해자쉼터’에서도 이 같은 불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회원은 "전화 연결도 다섯 번 넘게 시도한 끝에 간신히 됐다"면서 "이후에는 3개월을 대기한 후 소음 측정을 하기로 했는데, 이미 윗집이 이사를 가기로 한 상황이었다"고 불평했다.

층간소음 센터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꼬집는 지적도 많다. 23명은 환경공단 인사발령으로 배치된 일반 직원, 9명은 콜센터 인력이라 층간소음 및 분쟁 조정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지난달 이 센터에 윗집을 신고했다는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보복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며 "층간소음 센터는 그 뒤로 윗집에 계속 연락했지만 안 받는다면서 그걸로 끝"이라고 전했다.

층간소음 센터는 출범 이래 공공기관 고객만족도조사(PCSI)에서 한 번도 60점을 넘지 못했다. 지난 2019년에는 59.4점을 기록했고, 이듬해부터는 개인 갈등을 다루는 특성상 객관적인 만족도 측정이 어렵다며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모든 고객이 갈등을 겪고 불만감에 서비스를 문의하므로 만족도를 높이기 힘든 구조적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층간소음 문제의 해결과 예방에 관한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볼 필요성이 거론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더팩트DB
층간소음 문제의 해결과 예방에 관한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볼 필요성이 거론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더팩트DB

층간소음 문제의 해결과 예방에 관한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볼 필요성이 거론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측정기준이 배경 중 하나다. 환경부가 발간한 층간소음 상담 메뉴얼에 따르면, 소음은 주간에 1분 평균 43데시벨을 넘거나 57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1시간 이내에 3회 이상 발생해야 인정된다.

이 기준이 높다는 것이다. 2016~2020년 층간소음 센터를 이용한 고객 중 층간소음 인정 사례가 극소수였던 사례가 방증이다. 이 기간 전화상담에 불만족해 직접 소음 측정을 문의한 1654명 중 기준치를 초과한 수는 122명(7.4%)에 불과했다. 층간소음 측정 결과는 소음 관련 분쟁 및 조정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며, 소송이 벌어질 경우 피해배상에도 활용된다.

애초에 집을 잘 짓고, 국토부가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사실 주택의 구조"라며 "거주자가 아무리 조심히 지내도 소음이 발생하는 집에 대해서는 해결할 방법이 달리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가구에서 갈등이 특히 심각하다"며 "정부가 집을 수리해줄 수도 없으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감사원의 2019년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 제도 운영실태’ 감사결과를 보면, LH와 서울주택공사(SH)의 126개 현장 중 111개 현장(전체 조사대상의 88%)에서 신고 때와 다르게 바닥구조가 시공된 사례가 확인됐다. 84개(67%) 현장에서는 국토부가 정한 품질기준에 못 미친 바닥 공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층간소음 부실시공사 제재 및 갈등 조정 절차를 완화할 법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층간소음 부실시공 업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고, 공동주택 자치기구 내 층간소음 분쟁위원회 설치를 뼈대로 한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별도 발의해 현재 계류 중이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층간소음 발생은 애초에 주택을 잘못 지은 시공사업자의 책임도 크다"며 "사업자에 대한 영업정지,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한 조치는 성능 기준을 준수하게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층간소음 예방 및 갈등 조정에 필요한 공동주택 내 자치적인 조직을 의무적으로 구성해 분쟁조정을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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