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 예비소집일인 17일 오후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만난 수험생들의 모습은 한결같았다. 긴장한 표정으로 “긴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주현웅 기자 |
예비소집일 이화여고 앞서 만난 수험생과 학부모들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7일 서울 중구 정동길. 붉게 물든 낙엽과 늦가을 정취를 즐기러 온 시민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그러나 골목의 끝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달라졌다. 흩날리는 낙엽만 봐도 웃을 때라지만 수능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예비소집일인 이날 오후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만난 수험생들의 모습은 한결같았다. 긴장한 표정으로 "긴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초조하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동안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면서 "성적과 대학이 살아가는 데에 전부가 아니란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의사가 꿈인 정모(19) 양은 "수학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9월 모의고사 때도 꽤 어렵게 출제됐다"며 "마음 같아선 포기해버리고 싶지만, 필수 과목이라 그럴 수 없어서 답답하다"고 전했다. 만에 하나 의대 지원이 힘들다면 일반 공대에 진학한 다음 진로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올해로 두 번째 수능을 치르는 박지현(20) 씨는 걱정과 기대감이 동시에 든다고 했다. 박 씨는 "시험의 늪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내일 1교시인 국어를 잘 넘겨야 마음이 조금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다"면서 "대학에 가면 소개팅을 반드시 해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또 다른 재수생 송지현(20) 씨는 비교적 차분했다. 그는 "수능 대신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쪽도 고민했다"며 "그래도 캠퍼스 생활을 해보고 싶어서 수능을 택했다"고 했다. 이어 "학과는 취업 잘 되는 곳에 성적에 맞춰 지원하겠다"며 "우선 대학에 가면 그동안 공부하느라 못 마셔온 술도 많이 마시고, 여러 사람과 어울려 놀고 싶다"고 웃었다.
이화여고에 '힘내라 고3 아자'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주현웅 기자 |
학부모들 역시 비슷한 심경이었다. 딸 서모(19) 양과 함께 고사장에 온 김모(47) 씨는 "아이가 갑자기 아플까봐 특히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가족들도 그동안 힘들었다는 하소연을 빼놓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이뤄진 탓에 학습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 씨는 "딸이 3학년 2학기에 접어들면서 특히 예민해졌다"며 "최대한 성질 안 건드리려고 남편과 동생도 숨죽여 살았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딸이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에 내일도 잘할 것으로 믿는다"며 "설령 실수가 있더라도 힘들어 말고, 평소처럼 끝까지 노력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격려했다.
자녀를 응원하러 온 아빠 최모(51) 씨도 "긴장감 때문에 아픈 일 없기만 바란다"고 했다. 최 씨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게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 않냐"며 "아이가 본인의 꿈이 아직 없는데, 성인이 되면 다양하게 경험하고 배우면서 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내일 딸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는 "그동안 수고 많았다"라고 답했다.
올해 치러지는 수능은 50만9821명이 응시했다. 수험생들은 시험 당일인 18일 오전 6시 30분부터 고사장 출입이 가능하고, 오전 8시 10분까지 시험실 입실을 완료해야 한다. 입실 전 체온 측정 및 코로나19 증상 확인 등이 이뤄지므로 여유 있게 도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수험생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KF94 동급 이상 착용이 교육부 권장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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