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보조금·민간위탁 사업에 메스를 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서울시의회, 자치구와 연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오 시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2022년 예산안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2022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보조금·민간위탁 두고 공방…"예산 시즌, 양보할 수 없어"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조금·민간위탁 사업에 메스를 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서울시의회, 자치구와 연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내년 본격적인 '오세훈표' 사업 추진을 위해 힘겨루기가 가열되는 형국이다.
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보조금·민간위탁 사업을 비롯한 오 시장의 '서울시 바로세우기'를 두고 최근 시의회·자치구와 시가 서로 상반된 입장을 내보이며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시의회·자치구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즉각 시가 반박 입장을 내놓는 식이다.
전체 110석 중 99석을 차지하는 시의회 민주당은 이달 1일부터 시작된 행정사무감사에 맞춰 "오 시장 취임과 함께 주민자치 사업의 성과를 축소·왜곡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대못', 'ATM' 같은 악의적인 비유로 시민단체와 지역공동체를 마치 단죄해야 할 적폐처럼 비난하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또 오 시장의 '시민단체 ATM' 발언에 의문을 제기한 한겨레에 시가 광고 중단을 통보한 것을 비판하며 "시대를 퇴행하는 관치행정과 시민과 언론을 향한 권위주의 망령의 칼춤을 당장 멈출 것을 시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행감에서도 민주당 시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노식래 시의원은 "오 시장 취임 뒤 오로지 '박원순 지우기'만을 위해 지난 7년의 주거복지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려하고 있다"며 주거복지센터 민간위탁 철회 계획을 질타했고, 최선 의원은 "고 박원순 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한 분야만을 선정해 살펴보고 문제점을 찾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시는 4일 장문의 보도자료를 통해 과거 본회의와 행감 등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이 관련 사업을 지적했던 사례를 발췌해 알리며 '이중잣대'라고 반박했다. 이 자료에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사회적경제, 주민자치, 도시재생, 청년 사업 등과 관련한 약 80건의 지적 사례가 망라돼있다.
그러면서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지난 6년간 민주당 시의원들이 민간위탁·보조금 사업에 대해 지적한 사항이 수십 건에 이른다"며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논리는 시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자가당착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조금·민간위탁 사업에 메스를 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서울시의회, 자치구와 연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
그러자 시의회 민주당은 다시 논평을 통해 "아전인수식 회의록 발췌로 마치 민주당 시의원들이 협치·자치 사업의 무조건 폐기를 주장했다는 양 호도하는 시 대변인의 황당한 주장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시의회의 공적 권한인 행감과 시 예산심사를 방해하려는 의도적 도발과 정치적 난동에 대해 엄중 경고한다"고 날을 세웠고, 행감도 중단했다.
전체 25곳 중 24곳이 민주당 구청장인 자치구와도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4일 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마을공동체, 민관협치 운영 등에 대한 시의 전방위적 예산 삭감은 시민 참여를 저해하고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가로막는 심각한 행위"라며 "자치분권이 상식이 되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시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시는 즉각 반박했다. 입장문을 통해 "이번 예산 조정은 성과 미흡, 전문성 부족, 잘못된 예산집행 관행 등 문제가 드러난 사업들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시민참여'라는 이름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진 비정상적 예산 편성·집행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각 주체들이 오 시장 취임 뒤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 끝나고 각자 본격적으로 발톱을 드러낸 모습이다. 특히 내년은 오 시장이 본격적으로 공약 사업을 추진하는 시기이자 대선·지방선거도 있는 해인 만큼 시장, 구청장, 의원들 모두 기싸움에서 밀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그동안 조직개편 등에서 일정 정도 양보했지만 예산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결국 한 번은 서로 강하게 부딪칠 것이 예상됐는데 지금이 그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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