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사회의 그늘 ‘바다골재’…대책없이 갈등만 되풀이
입력: 2021.11.08 05:00 / 수정: 2021.11.08 05:00
포항 바닷가에 대형 골재가 준설토와 함께 쌓여 있다./더팩트DB
포항 바닷가에 대형 골재가 준설토와 함께 쌓여 있다./더팩트DB

골재단지 운영 놓고 정부-업자-어민 대립…연구 결과도 천차만별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친환경 사회 만들기가 시대의 화두지만 해양환경 분야에서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레미콘 등의 주원료인 바다골재(모래·자갈) 채취를 놓고 정부, 업계, 어업인들이 갈등을 벌여온 게 대표 사례다. 건설 수요 확대에 따라 골재를 더 많이 채취하겠다는 쪽과 생태 파괴 및 어업 차질을 들어 반대하는 쪽의 대립이 수년째다.

문제는 골재채취가 바다 환경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결과가 제각각이란 점이다. 각계 의견차가 첨예하지만 정부는 중재는커녕 분쟁에 휘말려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크다.

◆ 서해도 남해도 곳곳 갈등…정부 상대 소송까지

현재 해양수산부의 과장급 간부를 포함한 2명의 직원은 어업인들과의 소송을 준비 중이다.

전북 군산시와 고창군 등의 어민들로 구성된 ‘서해EEZ골재채취피해대책위원회’(피대위)가 인근 골재단지 때문에 어업 피해를 봤으나, 해수부가 이해관계자로 인정해주지 않자 담당 공무원들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해양환경관리법 등에 따르면 골재단지 사업자는 ‘해역이용 피해 및 대책’을 담은 평가서를 만들어 국토교통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주변 어업인 등 이해관계자들과 여러 협의를 해야 한다. 논의에 참여할 이해관계자는 해수부가 결정한다.

피대위는 "서해 EEZ(배타적경제수역)은 우리 지역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라며 "골재채취는 어족자원 서식과 산란을 막아 어업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해양생태계도 파괴시킨다"고 주장했다.

인천 선갑도 인근 골재단지의 어민들도 같은 처지다.

지난달 인천환경운동연합은 "해수부와 지자체가 해양공간 이해관계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구성된 지역협의회 명단에 골재업계 관계자만 있고 어민이 없다"는 성명서를 냈다.

이처럼 바다골재 문제에 따른 갈등은 흔하다. 지난해 해수부가 어획량 감소를 이유로 채취를 금지한 남해EEZ 골재단지도 첫 조성 후 약 20년 동안 여러 갈등 속에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왔다.

해양수산부 청사./뉴시스
해양수산부 청사./뉴시스

◆연구 결과 제각각…범부처 머리 맞대야

이런 현상이 거듭하는 이유는 골재채취가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파악되지 않은 탓이다. 조사기관마다 연구 결과가 제각각이라 대립이 생기면 어느 쪽도 설득이 쉽지 않다.

지난 2013년 전남대가 실시한 ‘바다골재채취작업과 부유사(모래의 떠다님) 농도 변화’ 연구의 결과는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규명되지 않는다고 나왔다. 바다골재 채취 후 부유사 최대 확산범위가 월 평균 1.56㎝ 수준에 그쳐 미미하다는 것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이 2017년 발표한 ‘남해EEZ 골재채취단지 어업 피해 추가보완조사’ 결과는 정반대다. 바다골재 채취 1년 후 부유사의 평균 퇴적고는 21㎝ 정도로 나타났다. 부유사가 확산하면 광합성 방해를 일으켜 해양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골재단지를 지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계속 벌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의 협의 절차가 있긴 하지만, 각각 견해가 워낙 달라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범부처 차원에서 고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계속된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문제지만, 3면이 바다인 국내 해양환경이 걸렸기 때문이다.

박선규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는 "바다의 자원인 골재를 자연 그대로 두는 게 실은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골재 채취와 어업 피해와의 연관성을 정확히 밝힌 연구 결과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내는 주택도 아파트가 많듯 레미콘 등의 수요가 세계 최대 수준인 것 역시 현실"이라며 "해양생태는 해수부, 바닷모래는 국토부 등으로 나뉜 주무부처가 정확한 실태 파악과 각 업계 지원 논의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제언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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