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 600배 '환경호르몬' 아기욕조…안전성 불안은 여전
입력: 2021.10.16 00:00 / 수정: 2021.10.16 00:00
다이소에서 판매한 코스마 아기욕조 배수구마개에서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되어 피해자들이 지난 2월 9일 오전 서울 동작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뉴시스
다이소에서 판매한 코스마 아기욕조 배수구마개에서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되어 피해자들이 지난 2월 9일 오전 서울 동작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경찰청 직접 수사 중…'어린이제품법 개정안'도 발의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기준치 612배를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아기용 욕조 제조사 등을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수사와 별개로 어린이제품 안전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들은 문제의 업체가 환경 인증을 받은 원료를 신고도 없이 다른 원료로 바꿨다고 주장한다. 욕조에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받지 않은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첨가 원료가 사용된 것으로도 보인다.

◆고소인만 3000명팔 걷은 정부·경찰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어린이제품법) 위반 혐의로 대현화학공업과 기현산업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환경부에 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해당 욕조 제품 배수구마개 성분 중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 612.5배 넘게 검출됐다며 제품 리콜을 명령하면서 불거졌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간 손상과 생식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유해 화학물질이다.

해당 제품은 다이소에서 '물빠짐아기욕조'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맘카페 등에 '국민 아기욕조'로 불리며 소비자가 많았다.

피해자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이자 당초 고발장을 접수받은 동작서에서 자료를 넘겨받은 서울경찰청이 직접 수사에 나섰다. 고소에 나선 이들만 약 3000명이다. 1000여명의 피해자와 이들의 공동 친권자들이다.

쟁점은 안전기준 적합검사를 받았던 제품 원료에서 다른 원료로 바뀐 경위와 변경된 원료에 유해성이 있는지, 이후에도 KC인증 표시를 유지해온 게 문제가 되는지다.

당장 한국소비자원이 해당 제품에 유해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과학적 검증 결과에 따라 향후 소송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건 피해자이기도 한 법무법인 대륙아주 이승익 변호사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당시에도 환경부 차원에서 유해성 연구를 주도했다"며 "이번 사건에서도 소비자원 내 연구기관 등에서 실험 결과가 나오면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또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도 신고한 상태다. 공정위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다이소 본사에 소비자과 조사관들을 보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조사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과징금 부과와 형사 고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어린이제품법) 위반 혐의로 대현화학공업과 기현산업 등을 수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어린이제품법) 위반 혐의로 대현화학공업과 기현산업 등을 수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안전성 조사 제조업자 맘대로…제도개선 시급

사법 절차와 별개로 어린이제품 안전성 조사 관련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어린이제품법에 따르면 안전성조사는 제품별로 '안전인증', '안전확인', '공급자 적합성 확인' 세 가지가 있다. 여기서 '안전인증' 절차가 가장 엄격하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아기욕조는 위험도가 낮다는 이유로 '공급자 적합성 확인' 대상 제품으로 분류됐다. 이 경우 제조업자가 제품이 적합하다는 것을 인증하면 이후 재인증이 필요 없다.

이 변호사는 "아기욕조 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라며 "제도 개선이 꼭 이뤄져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발의한 '어린이제품법 개정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개정안은 만 2세 이하 영아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을 '영아용제품'으로 규정하고, 조사가 제일 엄격한 '안전인증 대상 어린이제품'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안전인증대상 어린이제품은 원료 또는 공정이 바뀌는 경우 변경신청을 거치도록 했다.

민 의원은 "공정위는 빠른 사건 처리를 통해 피해자들 억울함을 풀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제2의 아기욕조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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