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도 버리고, 나라도 버리고…해외입양 떠나는 대형견들(영상)
입력: 2021.10.10 00:00 / 수정: 2021.12.10 13:47
유기동물 중 대형견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국내 입양이 어려워 해외로 입양되는 개들이 있다. /독자 제공
유기동물 중 대형견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국내 입양이 어려워 해외로 입양되는 개들이 있다. /독자 제공

구조 대형견 국내 입양은 하늘에 별따기…편견에 보호자 안 나타나

[더팩트|이진하 기자] "대형견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어르신들이 '왜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냐'고 소리치거나 말을 하지 않아도 곁눈질로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 눈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산책을 가요."

최근 SNS에는 구조된 유기동물들의 새 가족을 찾아주는 활동이 꾸준하다. 소형견은 환영받지만 덩치가 큰 대형견들은 편견 탓에 새 가족을 찾기 쉽지않다. 해외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해 8월 17일. 동물보호단체 '위액트'는 폭염 속에 방치된 개농장에 대한 제보를 받고 구조에 나섰다.

경상북도 구미시에 있는 한 개 농장이었다. 폭염 속 60여 마리가 철망 속에 갇혀있었다. 35도를 넘는 폭염에 물그릇은 바싹 말라있었다. 언제 줬는지 모를 사료와 말라 비틀어진 음식물 쓰레기 자국 뿐이었다.

숨진 지 얼마 되지않아 보이는 누렁이 한마리는 철망을 빠져나온 채 방치돼 있었다. 구조된 개들도 영양상태가 몹시 좋지 않았다.

조문영 위액트 크루는 "주로 개농장이나 보호자에게 학대를 받는 반려동물을 구조하는 일을 한다"며 "보통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는 대형견이 많고 진돗개와 다른 견종이 석인 믹스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개를 구조했지만 따로 보호소가 없기 때문에 임시보호 봉사를 하는 분들이 맡아주신다. 이후 입양 절차를 밟는데 대형견은 국내 입양이 어렵다"며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형견에 대한 편견이 가장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려견의 혈통을 중시하는 문화도 문제점이다. 대부분 도심 속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대형견보다 소형견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원하는 견종끼리 교배를 한 '브리더'(breeder)도 인기다. 마음에 드는 큰 견종과 작은 견종을 교배해 작게 만들기도 한다.

조 크루는 "국내에서 대형견 입양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며 "해외는 국내보다 대형견에 대한 인식이 비교적 관대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입양이 어려운 대형견은 해외로 입양을 보내게 된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출입 동축산물 검역 현황에 따르면 2018년 9월~2021년 8월 해외로 나간 개는 미국 3만6006마리, 캐나다 7353마리에 이른다. 일본에도 1528마리가 넘어갔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대부분 구조된 대형견으로 추정한다.

임시보호봉사자들도 대형견에 대한 편견을 크게 체감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여름 보호소에서 진도 믹스견 두 마리를 데려왔어요. 아파트 밖으로 나오면 어르신들이 '왜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냐'고 소리쳐요. 말을 하지 않아도 곁눈질로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요."(안양 거주 임시보호 봉사자 박모 씨)

이 때문에 아침 일찍과 늦은 저녁에 산책을 다닐 수밖에 없다. 주로 인적이 드문 아파트 뒤 화단이나 산책로가 없는 집 근처 산길을 찾는다.

"20년 넘게 반려동물을 키웠지만 큰 개라고 더 사납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탄생하는 교배종은 예뻐하면서 유기동물이고 크다는 이유로 버림받는 것이 안타까워요. 잘못된 인식이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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