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이다] '라돈 공포' 경기도 한 아파트의 '실상'
입력: 2021.10.07 05:10 / 수정: 2021.11.01 18:23

[더팩트ㅣ탐사보도팀] 죽음의 기체 라돈,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방사성 기체로 폐암 등 질병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라돈이 다량 검출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제가 아파트를 방문해 라돈 방출 수치가 얼마나 심각한지 직접 알아봤습니다.

국내는 실내공기질 관리법을 통해 신축 공동주택에 대해 라돈 발생 기준을 4pCi(148Bq/㎥) 농도 이하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환경기구(WHO)에서는 라돈 발생 농도를 2.7pCi(100Bq/㎥) 이하로 권고합니다.

취재진은 전국 지자체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라돈측정기를 대여해 입주 중인 한 세대를 찾아 집안 곳곳에 라돈측정기를 설치했습니다. 입주 시작 전과 후 측정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라돈 수치가 높게 나왔습니다.

입주 청소 전 측정한 수치는 3.8pCi(피코퀴리)로 환경부 권고치 4.0pCi에 거의 근접했으며, WHO 권고치 2.7pCi의 1.5 배에 해당하는 수치를 보였습니다.

[취재진: 화장실 내 라돈측정기를 설치한지 두 시간 반이 지났는데요. 현재 환경부 권고수치인 4pCi(148Bq/㎥)가 넘는 수치가 측정되고 있습니다.]

화장실 이외에도 거실과 드레스룸, 아파트 복도에 설치한 측정기에서 시간이 지나자 점차 라돈 수치가 증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내외 기준치를 넘거나 근접한 위험한 수치입니다. 취재진이 직접 만난 입주민들은 라돈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취재진: 여기 라돈이라는 물질이 기준치보다 조금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혹시 알고계신가요?]

[입주민: 네. 굉장히 불안하죠. 그래서 인테리어를 새로 다 하시는 세대도 많고, 다 뜯어내는 세대도 많은데 시공사 측에서는 "괜찮다 환기를 하면 괜찮은 수치다"라는 답변만 받은 거로 알고 있거든요...]

[입주민: 저희도 인테리어를 지금 새로 하고 있는 중이고, 많은 세대들이 그렇게 하고 있어요.]

취재진은 입주지원센터를 찾아 라돈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하지만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관련 내용을 전혀 안내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 혹시 라돈 관련해서 따로 안내 관련한건 없나요?]

[입주지원센터: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저희쪽에서는 안내같은게 없어서요. 지금 처음 물어보셨어요.]

국내 건축법상 신축 공동주택 시공자는 시공이 완료된 공동주택의 실내 공기 질을 측정해 관할 지자체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아파트를 시공한 대우건설 측도 7월 13일부터 16일까지 라돈 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검사 결과 각 세대에서 최소 3.0pCi(112Bq/㎥)에서 최대 12.3pCi(457.4Bq/㎥) 농도의 라돈이 검출되었으며, 이는 환경부 권고 기준치보다 최대 3배가 높은 수치입니다. 또 라돈 검출 검사를 진행한 12개 세대 중 9개 세대에서 5.4pCi(200Bq/㎥) 농도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진: 라돈이 아파트 내에서 검출되는 건 인지하고 있는지?]

[건설사: 그런 부분은 시나 저희 시공사도 다 인지하고 있구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입주자들께서 사실 라돈이라는 것이 환기라던지 이런 부분으로 자연적으로 감소할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잘 설명을 드렸구요...]

[취재진: 입주민들에게 공지는 하신 거죠?]

[건설사: 네.]

[취재진: 대책이나 처리 계획은?]

[건설사: 지금으로서는 크게 이슈화되는 것은 없습니다. 초기 사전 점검 때는 사실 사람이 사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입주한 지가 꽤 지나서요... 그런 부분에서 미세한 잡음들이 있을 수 있는데, 입주자들 내에서 의견이 다른 분도 있으니 이해시키고 있습니다.]

[취재진: 입주 후에도 라돈 수치가 많이 나오는 분들은 걱정이 많던데?]

[건설사: 요즘은 개별적으로 라돈측정기를 구매할 수 있는데 저희가 인정하는 건 공인된 지자체에 검수를 받은 (제품을 가지고) 기관에서 측정하는 수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질병관리청과 미국환경보호국은 라돈에서 나오는 방사선 때문에 일반 인구집단에서 흡연의 다음 순으로 위험도가 높은 폐암 원인이라고 분류하고 있으며,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라돈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취재진: 집안에서 방출되는 라돈이 중장기적으로 신체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국립환경연구원 :라돈은 발암물질로 알려진 물질이고, 암이라는 것은 급격한 노출로 질병을 당장 일으키지는 않지만, 만성적으로 노출됐을 때 확률적으로 발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되어있습니다. 흡연자 정도의 폐암 발생 확률을 가지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거주하시는 분 중 가정주부 이런 분들은 아파트 생활시간이 좀 더 길다 보니 여성분들의 관리가 더 중요하죠.]

한국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은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꿈을 이룬 입주민들은 만들어 팔면 그만이라는 건설사의 안일함 때문에 매일 죽음의 기체 라돈이 방출되는 아파트 속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최근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라돈이 다량 검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취재진이 6일 한 세대 화장실에서 라돈측정기를 통해 두시간 반을 측정하자 환경부 권고치인 4.0pCi가 넘는 수치가 측정돼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
최근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라돈이 다량 검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취재진이 6일 한 세대 화장실에서 라돈측정기를 통해 두시간 반을 측정하자 환경부 권고치인 4.0pCi가 넘는 수치가 측정돼 화면에 표시되고 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임세준·윤웅 기자>

탐사보도팀 jeb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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