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접대 폭로 1년' 김봉현 측 "접대 검사들 거짓말·모함에 진저리"
입력: 2021.10.05 05:00 / 수정: 2021.10.05 05:00
검사 술접대 사건의 첫 정식재판이 5일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김 전 회장의 모습. /임영무 기자
'검사 술접대 사건'의 첫 정식재판이 5일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김 전 회장의 모습. /임영무 기자

첫 정식재판 앞두고 인터뷰…"펀드판매사 수사해 피해자 회복 이뤄야"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1년 전 공개된 '옥중편지'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전현직 검사들에게 룸살롱 접대를 했다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폭로는 수사와 감찰을 거쳐 사실로 드러났다. 관련자들은 징계 또는 재판을 앞둔 상황이다.

이른바 '검사 술접대 사건'의 첫 공판기일을 하루 앞둔 4일 <더팩트>는 김봉현 전 회장의 변호인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해 옥중입장문이 공개된 후 시작된 법무부 진상조사부터 검찰 수사, 현재 진행되는 재판까지 모든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이다. 변호인들은 술접대 당사자로 지목된 전현직 검사들의 거짓말에 "진저리가 난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들 중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한 당사자들도 있어 신상정보는 전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옥중입장문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10월16일. 입장문에서 김 전 회장은 2019년 7월18일 현직 검사 3명과 검사 출신 변호사 1명에게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룸살롱에서 1천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고, 이 중 한 명의 검사가 라임사건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주장했다. 편지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법무부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 김 전 회장의 술접대 주장에 근거가 있다고 판단해 서울남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옥중입장문이 나온 지 1년이 다 되간다.

"변호인들은 1년 전 김 전 회장에게 다시 생각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기존 입장을 180도 바꿔 검찰을 공격하는 것인데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에 휘둘리지 않고 사실에 입각한 주장을 하겠다는 김 전 회장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옥중입장문 공개 후 전현직 검사들의 거짓말과 모함에 진저리가 났다. 결국 법무부와 검찰의 조사를 통해 김 전 회장 말이 사실로 드러났고, 이제는 술접대 대상으로 지목된 검사들 모두 징계를 앞둔 상황이 됐다."

접대 당사자로 지목된 검사들은 의혹을 완강히 부인해왔다. 김 전 회장을 모른다거나 술자리에 간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분실 또는 파손을 이유로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모두 휴대전화를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전담팀을 꾸린 남부지검은 두 달간의 수사 끝에 김 전 회장의 폭로가 사실이라고 봤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법무부도 감찰 결과 실제 술자리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측이 지난 16일 자필 형태의 옥중서신을 공개했다. /뉴시스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 핵심 인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측이 지난 16일 자필 형태의 옥중서신을 공개했다. /뉴시스

-1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상황이 있다면 무엇인가.

"전현직 검사들은 '김봉현이 거짓말을 한다'며 검찰과 언론을 통해 집요하게 공격했다. 모함도 했다. 심지어 한 명은 김 전 회장이 술자리에 있던 검사의 헤어스타일이나 외모를 진술한 것을 두고 여당과 내통했다는 주장을 하더라. 김 전 회장이 술자리에 있었던 검사의 헤어스타일 등 외모를 진술한 적이 있다. 그 검사는 변호인들이 자신을 알고 있는 여당 소속 모 정치인의 도움을 받아 김 전 회장에게 외모 특징을 알려줬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무고한 생사람을 잡게 했다는 것이다. 그 검사의 진술을 토대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내통을 한 적 있었냐'는 취지로 질문을 받았는데, 몹시 황당하고 불쾌했다. 그 검사는 우리를 할 일 없고 나쁜 사람들로 취급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변호인들은 당사자들의 술자리 진위 다툼으로 옥중입장문의 원래 의도가 일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입장문에는 술접대 뿐만 아니라 라임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여권 정치인만 선택적으로 짜 맞추기 수사를 한 것에 대한 비판과 야당 정치인 로비 의혹도 담겼다.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 공판이 폭로 1년 뒤에나 열리게 됐다.

"사실 술접대 부분이 옥중입장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 된다. 김 전 회장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검찰의 짜맞추기식 수사로 라임사태 본질이 희석됐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라임 사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 회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이다. 검사들이 처음부터 인정했으면 됐을 일인데 결국 술접대 진위 다툼에 집중됐다. 라임 사태에서 정작 중요한 부분에 대한 조사는 미진한 상태다. 시간만 끈 꼴이 됐다."

-라임사태 본질이 희석됐다는 주장은 정확히 어떤 내용인가.

"김 전 회장의 주변 인물인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청와대에 방문해 강기정 전 정무수석을 만난 일이 있었다. 또 김 전 회장 친구 중에는 김 모 청와대 전 행정관도 있다. 그러자 검찰은 김 전 회장 수사에 총력을 다했고, 라임사태 본질은 마치 '청와대 게이트'처럼 보도됐다.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다'는 옛말처럼 검찰은 김 전 회장과 김 전 행정관의 관계 등에 집중해 청와대를 엮었다. 라임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청와대 게이트'로 이끌어 피해 회복은 요원한 상태가 됐다."

김 전 회장은 옥중입장문에 '라임 펀드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 행장 로비 관련해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 수억 지급 후 실제 이종필(라임 전 부사장)과 우리은행 행장·부행장 등 로비 이뤄졌고, 면담 시 이야기했음에도 수사 진행 안 됨'이라고 적었다. 언급한 '야당 정치인'은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으로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박예지 판사는 술접대 의혹 폭로 1여년 만인 5일 이 사건 첫 공판기일을 연다. 사진은 지난 7월 보석된 후 재판에 출석하는 김 전 회장의 모습. /남용희 기자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박예지 판사는 술접대 의혹 폭로 1여년 만인 5일 이 사건 첫 공판기일을 연다. 사진은 지난 7월 보석된 후 재판에 출석하는 김 전 회장의 모습. /남용희 기자

-옥중입장문에는 술접대 외에 야당정치인 의혹 등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라임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구제받기 위해서는 우리은행 등 펀드 판매사들의 불법 여부를 수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수사지휘권이 발동되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수사팀에 당부했다. 그런데 정작 펀드 판매사에 대한 수사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은 윤 전 총장 본인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옥중입장문 공개 후 '야당 정치인 수억 지급 후 실제 행장, 부행장 로비 이뤄졌다'고 적시한 것에 대해 우리은행은 강력히 대응한다고 했지만 김 전 회장이 법적 조치를 당한 일은 없었다. 최근 이종필 전 부사장이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 등 임직원을 고소·고발했다고 하는데 검찰이 펀드 판매사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해서 라임 피해 회복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박예지 판사는 술접대 의혹 폭로 1여 년만인 5일 이 사건 첫 공판기일을 연다. 검찰은 나 모 검사와 전관 이 모 변호사, 김 전 회장을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나 검사를 비롯해 접대 당사자로 지목된 3명의 검사는 징계를 앞두고 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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