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원옥 할머니 치매 몰랐다"…'준사기 혐의' 윤미향 공판
입력: 2021.09.18 00:00 / 수정: 2021.09.18 07:05
정의기억연대(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신) 후원금 유용 등 혐의를 받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 재판에 정대협 회계업무를 맡았던 담당자가 활동가들이 개인카드로 돈을 쓰면 선지불후보존 방식으로 운영했다고 증언했다. /이동률 기자
정의기억연대(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신) 후원금 유용 등 혐의를 받는 윤미향 무소속 의원 재판에 정대협 회계업무를 맡았던 담당자가 "활동가들이 개인카드로 돈을 쓰면 '선지불후보존' 방식으로 운영했다"고 증언했다. /이동률 기자

정의연 활동가 증인 출석…"의사 묻고 기부 받아"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정의기억연대 전 활동가가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는 치매환자로 느낄 수 없을 만큼 원만한 생활을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윤미향 당시 정의연 대표(현 무소속 국회의원)가 치매를 앓는 길 할머니를 속여 기부금을 받아냈다는 준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사실이라면 윤 의원의 도덕성에 치명적이라 이번 재판의 주요쟁점 중 하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찬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윤 의원과 전 정의연 사무처장 김모 씨의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정의연에서 회계 업무 등을 담당했던 재일동포 양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해까지 사무처장도 지낸 바 있다.

양씨는 검찰 주신문에서 "(길 할머니는) 기억력 좋으시고 인지능력도 좋으시고 말씀도 잘하셨다"며 "할머니에게 치매가 있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길 할머니는 2017년 중증치매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씨는 지난해 마지막 만났을 때도 치매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10년 동안 (다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뵈면서 치매라고 느낀 적도 있는데 길 할머니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길 할머니는 2017년부터 9차례에 걸쳐 여성인권상 상금으로 받은 1억원 중 약 79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했다. 또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생전 지원했던 일본 재일조선인학교 후원 등에 쓰였다.

윤 의원 측 변호인은 기부와 후원 과정이 길 할머니 의사에 따른 것이었다고 증명하기 위해 애썼다.

양씨는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길 할머니가 2019년 1월 세상을 떠난 김복동 할머니 뜻을 잇기 위해 다음달 재일조선인학교를 방문해 후원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정의연 관련 단체에 기부할 때도 할머니에게 의사를 물었냐는 질문에는 "손 소장(정의연 마포쉼터 소장)이 잘 설명하셨고 할머니도 이해하셨다"고 답했다.

양씨는 "정대협(정의연의 전신) 30년을 생각할 때 활동가들과 할머니들이 정말 헌신적으로 활동했다"며 "그 과정에서 실수나 오해같은 것은 있었지만 개선했고 부정한 일은 없었다는 걸 이해해달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윤 의원이 정의연 활동 중 개인카드로 먼저 지불하고 사후 보전받는 식으로 비용을 써온 사실을 추궁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자신의 돈으로 정대협을 위해 사용했다며 보존해달라고 했을 때 거부한 적이 있나'고 묻자 "없다"고 짧게 답했다.

변호인도 '2016년까지 법인카드가 한 장이었는데 카드를 갖고 다니지 않은 활동가들은 개인카드를 사용했냐'고 묻자 A씨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실무자 중 개인이 사용했는데 마치 정대협이 쓴 것처럼 처리한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없었다"고 답했다.

윤 의원 등은 지난해 9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횡령·배임, 준사기,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윤 의원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기금 명목 등으로 개인계좌를 이용해 모금했고, 일부를 개인 용도로 썼다고 의심한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등에서 보조금을 부정 수령했다고 본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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