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이다] 고속도로의 '시한폭탄', 화물차 음주 운전 고발(영상)
입력: 2021.09.17 07:01 / 수정: 2022.11.08 21:48

화물차 운전자, 고속도로 휴게소 인근 식당에서 음주 후 '운전' 현장

[더팩트ㅣ탐사보도팀]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두고 고속도로 교통량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주 상태로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5년 사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음주운전 사고는 한 해 41건꼴인 203건. 384명이 숨지거나 다쳤습니다. (출처 도로교통공단,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

(9월 16일) 제가 나와있는 이곳은 화물차 기사들이 즐겨 찾는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향의 한 휴게소입니다. 이 휴게소는 대형차량 주차공간과 휴게실, 샤워실 등이 잘 갖춰져 있어 많은 기사들이 거쳐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보시는 바와 같이 음주운전을 단속한다는 경고 팻말이 곳곳에 붙어 있습니다. 경고문만 봐도 이곳에서 화물차 기사들의 음주운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규정에 따라 1995년부터 휴게소에서는 주류를 판매할 수 없게 됐습니다. 어떻게 고속도로에서 음주가 가능한지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이 휴게소에는 외부로 통하는 출입구가 세 군데나 있습니다. 양쪽 끝 하이패스 차량 출입로와 건물 뒤쪽 직원 출입구가 아무런 통제 없이 출입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이 출입구로 걸어나가면 화물차 기사들에게 인기가 높은 외부 식당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저녁시간 즈음 내부로 들어가 보니 삼겹살과 찌개 등 반주로 먹기 좋은 메뉴들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 화물차 운전자들로 가득합니다.

테이블 곳곳에 소주와 맥주가 자연스럽게 올라와 있습니다. 한 잔 두 잔 마시더니 어느새 한 병이 넘어 갑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손님들의 발걸음은 휴게소에 주차해 놓은 화물차량으로 이어집니다.

소주 한 병을 다 마신 이 운전기사는 차량에 탑승해 40분 뒤 휴게소를 떠났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고속도로로 진입을 했습니다.

음주를 한 화물차 기사들 중 6시간 이상 수면을 한 뒤 이동하는 차량도 있지만 2시간 또는 1시간 미만의 휴식을 취한 뒤 출발하는 차량들도 쉽게 포착됐습니다.

경찰청도 참고하는 위드마크 음주측정공식에 따르면 성인 남성 평균 신장과 몸무게를 기준으로 소주 한 병을 해독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4시간입니다. (그래픽)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2시간이면 혈중 알코올 농도 0.032%, 90분 이내면 0.062%로 면허 정지 수준입니다. 음주 후 30분~90분 사이가 혈중 알코올 농도 최대치로 측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공식도 참고 사항일 뿐이고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해당하지는 않지만 많은 기사들이 음주 후 최소 휴식 시간을 어기며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취재진: 휴게소에서 넘어온 기사님들이 술을 많이 마시던데?]

[식당 관계자 인터뷰: 주무시고 가시는 분은 술을 마시기도 하죠... ]

[취재진: 판매는 안 하시는 거죠? 기사님들한테는...]

[식당 관계자: 그렇죠.... 근데 기사님인지 모를 수도 있고, 다 기사님은 아니잖아요.... 그러고 샤워하고 밥 먹고 주무시고 간다면서 한 잔 해야겠다 이런 분은 가끔 있어요. 다 기사님일까요? 아닐 수도 있죠.....]

전문가들은 화학 물질이나 대형 적재물을 싣고 다니는 화물차 기사들의 음주운전은 살인 행위와 같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경일 변호사(교통사고 전문): 음주운전 자체가 지금 사회적 합의로 살인죄와 마찬가지로 엄하게 처벌하도록 윤창호법이 만들어졌어요. 여기에 나아가서 '화물차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한다'라고 한다면 일반적인 교통사고보다 그 피해는 배가 될 것이고 이와 같은 사고에 대해서 화물차 운전자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라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또 음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케 했다고 한다면 최대 무기징역형까지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상시 단속을 한다고 현수막을 걸었지만 매일 하지 않기에 경찰을 피해 음주 단속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취재진: 옥산휴게소에서 화물차 기사들이 외부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음주상태로 운전을 하던데 단속은 얼마나 자주 하는지?]

[고속도로 순찰대 관계자: 한 번 그런 제보를 받아가지고 출입구에서 (단속을) 했거든. 지금은 (기사들이 음주운전을) 안 해요... 식당도 술 안 팔기로 우리하고 약속을 하고... 이제 우리가 그것만 한다고 구역 근무자가 거기 가서 음주 단속만 하려고 계속 서가지고 있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순찰도 돌아야 되고, 신고 나면 신고 출동도 해야 되고, 사고 나면 사고 처리도 해야 되고 그래야 되는데. 우리가 도로공사하고 얘기해가지고 거기 좀 이렇게 사람들은 통행을 못 하고 차만 다닐 수 있게끔 조치를 하라 하고 얘기까지 다 했거든요. 근데 그게 쉬운 게 아니더라고.]

화물차량에는 무겁고 위험한 적재물들이 실려 있어 배테랑들도 어려운 운전입니다. 사고가 나면 대부분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수 있습니다. 멀쩡한 정신에 운전해도 위험한 대형 화물차량, 음주를 하면 그 위험이 배가 됩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고속도로 음주운전을 막을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임세준·윤웅 기자>

탐사보도팀 jeb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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