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시의회 살얼음판…예산 시즌 '대격돌' 우려
입력: 2021.09.12 00:00 / 수정: 2021.09.12 00:00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갈등이 점점 더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 시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갈등이 점점 더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 시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SH공사 사장 마찰…오 시장 시정질문서 퇴장하기도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갈등이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다.

행정사무감사와 내년 예산안 처리 등 굵직한 일정도 다가오면서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10일 오후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 모두발언에서 "법을 만드는 곳에서,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법을 어겼다"며 이번 회기 시정질문 때 오 시장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3일 시정질문에서 시의회와 크게 부딪혔다. 이경선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오 시장의 개인 유튜브방송 '오세훈TV'의 사회주택 관련 방송 내용을 지적하면서 답변 기회를 주지 않자 "발언 기회를 지금 주지 않으면 다음 시정질의에 답변할 수 없다"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김 의장은 "(오 시장은) 답변을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나섰다. 발언권을 얻지도 않고 당장 발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뒤에 발언 기회를 주겠다고 재차 설명하는데도 협박에 가까운 떼쓰기로 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본회의 출석을 요구받은 본분을 잊고 무단으로 회의장을 이탈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 시장이 사과하겠다고 해서 발언기회를 드렸더니 진정한 사과는 없고 오히려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반복했다"며 "또 한 번 이런 무례한 행동으로 시민들께 상처를 준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김 의장이 오 시장 취임 이후 서로 협치를 강조하면서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강도 높은 비판은 자제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만큼 시의회와 오 시장의 갈등이 본격화된 분위기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갈등이 점점 더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모습.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갈등이 점점 더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모습. /뉴시스

현재 시의회는 110석 중 100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을 때부터 시의회와의 관계를 우려하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오 시장과 시의회는 시 조직개편안과 오 시장의 핵심공약인 '서울런' 등을 두고 부딪히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결국 조직개편안도 통과됐고, 서울런도 사업 폐기까지는 가지 않은 채 추경 예산에 반영됐다.

그러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인선 과정과 이번 시의회 회기를 거치면서 정면충돌로 격화하고 있다.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 끝나고 팽팽한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SH공사 사장 공모는 최초 후보였던 김현아 전 의원이 자진사퇴한 뒤 재공모가 진행됐다. 그런데 유력 후보로 꼽혔던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임추위 추천 과정에서 탈락했다. 이 결정에는 시의회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오 시장은 임추위가 추천한 후보 2명 모두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에 시의회 민주당은 "무리한 '코드 인사'를 위해 SH공사 사장 공석 무기한 사태를 초래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강력 규탄한다"는 논평을 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갈등이 점점 더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 시장(오른쪽)이 4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시장 온라인 취임식에 참석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갈등이 점점 더 표면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 시장(오른쪽)이 4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시장 온라인 취임식에 참석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가오는 4분기에는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 이어 내년 예산안이라는 큰 작업이 남아있다. 특히 내년 서울시정의 핵심계획인 예산안을 두고 다시 큰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오 시장은 과거 임기 때 시의회와 극한 대립을 벌인 전례가 있다. 2010년 당시 교육의원을 제외한 106석 중 79석을 차지한 민주당과 무상급식을 두고 부딪히면서 시의회와 시정 협의 중단을 선언하고 이듬해 6월까지 출석하지 않았다. 2011년 예산안은 예산안 처리 시한인 12월16일을 넘기고 30일에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한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도 충돌이 있었고 감춰져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 드러난 것 같다"며 "(그런 갈등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적절히 타협점을 찾는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 내부에서도 이런 갈등 국면이 계속 이어지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시민을 생각한다면 이런 분위기가 계속 가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고, 변곡점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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