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담임교사가 10살짜리 아이를 수업에서 배제하고 친구들 앞에서 여러 차례 모욕을 주는 등 ‘정서적 아동학대’를 한 정황이 파악됐다. |
경찰, 아동학대 혐의 입건...아동보호기관 '정서적 학대' 판정
[더팩트ㅣ주현웅·광명=이상묵 기자]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10살 제자를 수업에서 배제하고 친구들 앞에서 여러 차례 모욕을 주는 등 ‘정서적 아동학대’를 한 정황이 파악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7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은 광명시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를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아동학대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A씨는 올해 1학기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한 학생을 상습적으로 따돌리고 학습권을 박탈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아이가 상담실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반에서 쫓으려 하고, 눈물을 보이면 휴대전화로 촬영을 하는 등 인권을 침해한 의혹도 제기됐다.
사건은 학부모가 지난 6월말 자녀 주머니에 넣어둔 녹음기를 확인해 드러났다. 부모는 4월말쯤부터 아이가 "선생님이 무섭다"며 울기를 반복하더니 한 달 뒤 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등 심각한 불안 증세를 보여 실태 확인을 위해 녹음기를 하루 부착했다고 증언했다.
<더팩트>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실제 담임교사는 "넌 딴 반으로 가"라며 아이만 혼자 교실에 남겨둔 채 체육활동을 나갔다. 아이가 "다른 반에 가기 싫어요"라고 울지만 담임은 나머지 학생들만 데리고 운동장으로 떠났다.
준비물을 못 챙겨오자 다른 학생들을 향해 "얘는 어제도 울고불고 난리쳤다"며 이전 잘못을 들춰냈다. 이처럼 여러 학생에게 치부를 밝힌 일은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됐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울며 교실을 뛰쳐나가기도 했고, "이제 외톨이가 된 기분이에요"라며 담임에 호소를 하기도 했다.
상담실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교실에서 쫓아내려는 상황도 담겼다. 담임은 "가지 말라고 한 상담실을 다녀왔냐"며 "짐을 다 빼버리겠다"고 다그쳤다.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자 교사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부모에게 보내겠다"며 우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다.
‘아동학대’를 주장하며 담임을 고소한 부모는 <더팩트>에 "학생들 앞에서 굴욕감을 주고, 상담실 이용도 막은 데다 우는 아이를 촬영하는 등 조롱을 했다"면서 "아이는 상담 교사에게 ‘3층서 뛰어내리고 싶다’고 말할 만큼 힘들어 했다"고 토로했다.
부모 측은 학기초 아이의 소소한 거짓말에 교사가 민감히 반응하면서 이같은 행위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학교측은 신중한 모습이다. 수사 결과를 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학교 측은 "(아동학대인지)수사 결과가 아직 안 나왔다"며 "현재 학생과 선생님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는 상태"라고 전했다.
<더팩트>는 담임 교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학교는 지난달 26일 교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학부모에 대한 ‘교권 침해’를 결정했다. 녹취로 담임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의 개인정보가 침해됐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에 따른 피해의 치료 비용 등을 학부모에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광명시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달 19일 이 사건을 아동보호법 제 17조 위반에 따른 ‘담임교사의 정서적 학대’로 판정했다. 약 3개월 동안 학교 현장점검 등 조사를 벌인 결과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 인권 전문가들의 협조와 함께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