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어쩌죠"…재정지원 제외 종교·예술대 학생들
입력: 2021.09.08 05:00 / 수정: 2021.09.08 05:00
6일 서울 총신대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지난 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불만을 표했다. 사진은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총신대학교 정문. /정용석 기자
6일 서울 총신대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지난 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불만을 표했다. 사진은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총신대학교 정문. /정용석 기자

종합대와 같은 평가지표…"설립 목적·정체성 고려 없어"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취업에 영향 줄까봐, 그게 걱정돼요."

<더팩트>가 만난 총신대학교 학생들은 지난 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결과 때문에 미래가 더욱 불안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총신대 포함 52개 대학교가 앞으로 3년간 일반 재정지원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일반 종합대학교 위주의 평가 방식을 지적했다. 총신대를 비롯한 종교대학교나 예술대학교 등 특수한 건학이념과 목적을 지닌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이다.

◆ 취업 악영향·학교 이미지 실추 우려…정부 비판도

지난 6일 방문한 총신대 캠퍼스의 분위기는 암울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업으로 캠퍼스가 텅 비었는데, 교육부 평가로 몇 없는 학생들 표정마저 어두워진 까닭에서다.

도서관으로 향하던 김모(23) 씨는 "학교에 부정적 인식이 심어질까봐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가장학금과는 관계가 없다지만, 혹여나 '부실대학' 출신이라는 낙인으로 취업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온 가족이 걱정이라고 했다.

이제 막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는 3학년 박모(24) 씨도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그는 "재정지원대학과 부실대학은 다른 개념이지만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다"며 "수험생들도 선입견을 갖고 지원을 꺼릴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정부의 평가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컸다. 총신대는 종교대학교인데, 교육부가 일반 종합대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을 적용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백은빈 총신대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은 "종교사학인 총신대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평가"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총학생회 간부는 "학교마다 지향하는 목표와 기준점이 다르다"며 "(교육부가) 획일적인 기준점으로 획일적인 학교를 만들려는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김규원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김규원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학교 규모 작은데 총 강좌수 배점…교육성과보다 취업률 우선

교육부의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따라 일반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대학은 총 52곳이다. 이들 가운데 종교 대학이 13곳, 예체능 관련 대학은 6곳이다. 특수 목적 학교는 대체로 종합 대학보다 규모가 작다.

특히 교육부는 각 대학의 총 강좌 수를 배점표에 포함시켰다. 규모가 작은 종교·예술 대학은 불이익을 피할 수 없다. 수치로 드러나는 취업률과 달리 종교·체육·예술 등 교육에 관한 성과도 객관적 측정이 어려워 더욱 불리하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대학이 불리할 수는 있지만, 그에 적절한 강의 규모를 갖췄더라면 불이익이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해를 각오하고 참여해야 하는 평가 방식도 지적된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관계자는 "현재 교육부 기본역량진단 참여는 대학 자율"이라며 "이에 동참하지 않는 대학은 문제없는 곳이 되고, 참여하면 자칫 부실대학 낙인이 찍힌다"고 말했다.

임상혁 추계예술대 총장은 지난달 24일 입장문을 통해 "예술 교육은 1대 1 레슨, 실기·발표 중심의 구조인데 각 대학에 대한 일률적인 평가가 진행됐다"며 "이번 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된 전국 4년제 대학 중 예술대학은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재서 총신대 총장은 이틀 뒤 "소규모 대학, 기독교대학에 불리한 평가 기준, 평가 방식 등 여러 불합리한 여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종교계통의 특수성을 대학평가 과정에서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학생들 몫이다. 일반재정지원 대학 선정에서 제외되면 2024년까지 4년제 대학은 평균 48억3000만원, 전문대는 37억5000만원을 받지 못한다. 학생들에 대한 각종 지원이 필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어려워진 대학 사정을 감안해 탈락대학에 재도전 기회를 줘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부도 추가 검토할 계획이다.

y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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