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 및 관계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민주노총 앞에서 열린 경찰의 양경수 위원장 강제 구인을 규탄했다./뉴시스 |
노동계 요구 번번이 좌절…한 정부 위원장 2명 구속 드물어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민주노총이 양경수 위원장 구속을 규탄하며 ‘강력한 총파업 투쟁’을 정부에 경고했다. 청와대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임기 말 노정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노동계에서는 민주노총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했다고 본다. 현 정부 취임 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집권기 때보다 훨씬 진보한 노동정책을 기대한 민주노총이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심하다는 내부 의견도 적지않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을 '같은 편'으로 여기지만, 실제 노정 관계가 좋았던 적은 거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2018년부터 민주노총은 정기상여금 등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에 반발하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다음 해에는 갈등이 더욱 격렬해졌다. 300인 미만 기업의 주52시간제 4년 유예 및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지연, 탄력근로제 확대(3개월→6개월) 등 각종 노동 현안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계속 파열음을 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지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뉴시스 |
특히 김명환 위원장이 그해 구속됐다. 국회 앞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반대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조합원들의 폭력 시위를 주도했다는 혐의에서다. 이어 작년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노사정 대타협’에 민주노총이 ‘해고금지 조항이 없다’며 불참해 노정관계는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
그러는 사이 민주노총이 필사적으로 막으려던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이 작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올해 초 본회의 문턱을 넘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러자 양 위원장 등 ‘강경 투쟁’을 기치로 한 지도부가 지난 1월 선출됐다.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된 전임 김 위원장 체제에서 관철된 요구가 몇 없었기에 나타난 결과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양 위원장조차 구속되면서 민주노총은 현 정부에서만 2명의 현직 위원장을 떠나보내게 됐다. 이는 앞선 정부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연 이석행 위원장, 박 전 대통령 땐 노동절 집회를 연 한상균 위원장 등 각각 1명이 구속됐다.
지난 2019년 학교 비정규직(교육공무직) 노동자 총파업대회 당시 모습./더팩트DB |
민주노총은 양 위원장 구속을 '정부의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간부 중심 파업·단식에 들어갔다. 오는 10월 20일 총파업도 예정됐다.
임기 말이지만 민주노총은 노동의제 쟁점화를 벼른다. 3대 핵심요구와 21가지 개선사항을 총파업 명분으로 내세웠다. 핵심요구는 각각 △비정규직 철폐 및 노동법 개정 △정의로운 산업전환과 일자리 국가책임 △주택·의료·교육·교통·돌봄 공공성 강화다.
비정규직 철폐 이슈에서는 기간제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직접고용을 법제화하며 파견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적용, 기업 노동자 전원의 근로기준법 적용 등도 요구사항에 포함했다.
산업전환과 일자리 국가책임 분야에서는 코로나19 등 재난 시기 해고금지가 뼈대다. 또 공공의료 강화를 통해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고용축소 문제를 해결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도 역설한다.
주택과 의료 등의 공공성을 위해 부동산 투기소득 과세를 강화하라는 요구도 강하다. 노인 등 대중교통 무임수송에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 필요성도 핵심 요구로 내세운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노동 의제들이 묻혀버린 현 상황에서 이를 다시 부각시키고, 지난 대선 때 최저임금 이슈가 시대 흐름이 됐듯 (총파업 등을 통한) 사회 대전환을 목표로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파업은 말 그대로 일을 내려 놓는 것이며 대규모 집회로 단정지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집회 자체가 없을 수도 있고, 이뤄져도 각 지역에서 산업 부분별 약식 형태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 불안이 커가는 탓에 집회 등에 관한 회의적인 시선은 적지 않다.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총파업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감염 위험 속에서 집회 파업은 오히려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chesco1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