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헬멧 의무화 넉달…여전히 '무법질주'(영상)
입력: 2021.09.02 05:00 / 수정: 2021.09.02 05:00
전동킥보드 이용 시 헬멧 착용 의무화가 시행됐으나 여전히 시민들의 헬멧 이용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선화 기자
전동킥보드 이용 시 헬멧 착용 의무화가 시행됐으나 여전히 시민들의 헬멧 이용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선화 기자

대학가·도심 지켜보니 이용자 10명 중 1명 꼴 착용

[더팩트|이진하 기자] 전동킥보드 등 개인용 이동장치(PM, Personal Mobility)의 헬멧 착용이 의무화된 지 넉달이 지났다.

지난 5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전동킥보드를 탈 때 헬멧을 쓰지않으면 처벌을 받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더팩트> 취재 결과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많은 대학가와 오피스 상권이 집중된 강남 등에서 헬멧을 쓴 이용자는 찾기 힘들었다.

지난달 24~25일 오후 강남 일대 거리에서 1시간 동안 마주친 전동킥보드 이용자 25명 중 헬멧을 쓴 사람은 2명 뿐이었다. 마포구 한 대학 캠퍼스에서는 같은 시간 동안 18명 중 2명에 그쳤다. 약 10명 중 1명 꼴이었다.

20~30대 시민들이 많은 마포구와 관악구의 대학가.

여름방학과 비대면 수업 등으로 대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캠퍼스 곳곳에 전동킥보드의 모습은 익숙했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건물을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켜고 헬멧 없이 전동킥보드에 올라탔다.

이들의 주된 이동 경로는 학교에서 지하철역. 단거리라 헬멧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마포구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3) 씨는 "평소에도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한다"며 "헬멧 의무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직까지 단속한 것을 본 적이 없어 짧은 거리는 그냥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반면 관악구에서 만난 최모(25) 씨는 몇 안되는 헬멧 착용자였다. 교정이 넓어 전동킥보드를 구입했다는 그는 "부모님이 위험하다고 해서 헬멧까지 모두 구입해 쓰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동킥보드는 속도가 빠르고 어두운 저녁에 타면 보행자도, 나도 위험해 불빛이 있는 헬멧을 구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피스 건물이 밀집된 강남역과 선릉역, 삼성역. 전동킥보드 공유업체도 다양하고 이용자도 많았다.

특히 출퇴근 시간은 물론 평일 낮 시간에도 정장을 입은 회사원들이 전동킥보드를 타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30대 직장인 강 모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한데 버스보다 전동킥보드가 더 안전해 보여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이용하고 있다"며 "짧은 거리라 헬멧 쓰는 것을 잊게 된다"고 말했다.

강남역 전동킥보드 업체 중 N사는 킥보드에 공유 헬멧도 함께 부착했다.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선릉역에서 만난 30대 박모 씨는 전동킥보드에 헬멧이 부착돼 있었지만 쓰지 않았다.

그는 "남이 쓰던 헬멧을 쓰는 건 찝찝해 쓰지 않게 된다"며 "또 출근할 때 쓰게되면 머리도 망가진다"고 답했다.

논현동 인근에서는 헬멧을 쓰지않은 2명이 탄 전동킥보드가 거리를 질주했다.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이다.

20대로 보이는 이 커플은 어린이 보호구역을 가로질러 순식간에 차 사이를 비집고 사라졌다.

강남구에 비치된 공유 전동킥보드 중에는 헬멧이 비치된 것도 있으나 이용자들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 /이진하 기자
강남구에 비치된 공유 전동킥보드 중에는 헬멧이 비치된 것도 있으나 이용자들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 /이진하 기자

경찰 통계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2018년 225건에서 지난해 897건으로 증가했다.

전동킥보드 사고 환자 대부분이 얼굴과 머리 부위를 크게 다쳤다. 김재영 강남세브란스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팀은 2017년 1월부터 2020년 3월 전동킥보드 사고로 부상을 당해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를 방문한 환자 256명을 부상 부위와 유형별로 분류했다. 그 결과 125명(48%)이 두 개 안면부(얼굴과 머리 부위를 통틀어 일컫는 말) 외상이었다.

하지만 헬멧 착용 문화는 아직 멀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국민의 힘 의원이 지난 7월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6월 사이 전동킥보드 운전자 헬멧 미착용으로 단속된 사례는 전국 5400건에 달했다.

사용자는 계속 늘어나지만 단속하는 경찰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동킥보드만 따로 단속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이용기간이 길지 않아서 사고다발 구역 등의 통계도 없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의 평균 속도는 20km. 인도나 자전거 도로에 주로 다니기 때문에 헬멧을 쓰지 않은 이용자를 일일이 잡기도 힘들다.

일각에서는 앞서 헬멧 의무화 규정에 포함됐던 공용자전거 따릉이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고 우려한다.

신치현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현재 상태는 딜레마"라며 "처벌 규정을 강화하기보다 시민들의 인식이 우선 달라져야 하는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전동킥보드의 속도 규정을 낮추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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