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경찰은 환영…"의료사고 수사에 결정적"
입력: 2021.08.21 00:00 / 수정: 2021.08.21 00:00
고 권대희씨의 모친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이 지난 4월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과의 면담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고 권대희씨의 모친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이 지난 4월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과의 면담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의료법개정안' 여야 이견…환자단체 "여당 단독처리라도"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8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의사의 방치로 수술대에서 피를 흘리며 숨진 고(故) 권대희 씨 사건 등을 계기로 수술실 CCTV 설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경찰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의료사고가 끊이질 않는 탓에 CCTV 확보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 지식이 요구되는 의료사고 수사에서 CCTV가 생긴다면 혐의 입증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일선 경찰들은 입을 모은다.

◆의료사고 늘지만 혐의 입증은 쉽지 않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주장은 권대희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더욱 커졌다. 제대 후 복학을 앞뒀던 권 씨는 2016년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 도중 뇌사상태로 49일 만에 숨졌다.

당시 수술실 CCTV 영상에 따르면 집도의는 3개의 수술실을 오갔다. 그가 자리를 비우면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지 6개월 된 의사가 대리수술을 했다. 간호조무사들은 화장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나마 CCTV 덕에 확인된 모습이다. 다만 그런 권대희 씨 사건조차도 혐의 입증은 순탄치 않았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19년 11월 원장 장모 씨 등 병원 관계자들에게 무면허 의료행위에 따른 의료법 위반을 적용하지 못한 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법원이 유족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검찰이 재수사를 벌였고 이듬해 11월 의료법 위반으로 추가 기소했다. 이어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은 장 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 마취의 이모 씨에게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0만원, 의사 신모 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사고 발생 5년여 만이었다.

CCTV가 없으면 수사는 더욱 어렵다. 수술실 내 피의자들이 입을 맞추면, 사실관계 파악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전국 의료기관 1722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술실 내부 CCTV를 설치한 곳은 242곳(14%)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권대희 씨 사건에서 드러난 대리수술 등의 문제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서울 서초구 한 관절치료 전문병원의 대리수술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 13일 이 병원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 중이지만, 혐의 입증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CCTV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 일선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기대하는 이유다. 수술 절차마다 전문가에 감정을 의뢰해야 하는 현재 수사 구조에서 CCTV가 확보된다면 혐의 입증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수사의 장기화도 막을 수 있다.

수년간 의료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 검찰, 법원 모두 의학 분야에서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며 "절차마다 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할 수밖에 없고, 이때 전문가가 직접적인 정황을 파악하는데 CCTV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실 안에 있던 피의자들이 입을 맞추면 혐의 입증에도 어려운 상황이 많다"며 "CCTV가 있다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찰 일선에서는 수술 절차마다 전문가에 감정을 의뢰해야 하는 현재 수사 구조에서 CCTV가 확보된다면 혐의 입증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경찰청 청사. /이새롬 기자
경찰 일선에서는 수술 절차마다 전문가에 감정을 의뢰해야 하는 현재 수사 구조에서 CCTV가 확보된다면 혐의 입증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경찰청 청사. /이새롬 기자

◆'찬반 팽팽' 만만찮은 의료법 개정안 통과

당장 국회는 대리수술을 비롯한 의료사고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대책을 내놓았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수술실에 CCTV를 의무로 설치하는 게 법안 뼈대다. 같은 당 안규백 의원은 CCTV 촬영에 음성 녹음도 포함하자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찬반은 팽팽하다. 민주당 등 찬성 쪽은 환자 권익 보호와 의료사고 방지를 위해 조속히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한다. 반면 국민의힘 등 반대쪽은 의료진의 소극적 진료와 환자 개인의료정보 유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이달 중 의료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어민주당은 정부와 야당, 대한의사협회 등과 간담회 등을 거쳐 수정안을 마련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되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의료인이 거부할 수 있다는 양보안이다. 민주당은 오는 23일 이를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길 예정이었지만, 그마저도 야당 반대로 무산됐다.

여당의 단독 처리를 요구하는 주장도 나온다. 환자단체연합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소위와 입법공청회를 통해 우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논의했지만, 야당이 계속 반대한다"며 "여당은 단독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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