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간첩?' 충북동지회 수사 고삐…내사 확대 가능성
입력: 2021.08.16 00:00 / 수정: 2021.08.16 00:00
충북동지회는 북한의 지시로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운동을 벌인 것으로 수사당국은 의심한다. 사진은 이륙 중인 스텔스기 F15K./더팩트DB
'충북동지회'는 북한의 지시로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운동을 벌인 것으로 수사당국은 의심한다. 사진은 이륙 중인 스텔스기 F15K./더팩트DB

지역 영향력은 미미…경찰 공안수사 역량 시험대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이른바 '왕재산 사건' 이후 10년 만에 발생한 북한 간첩조직 공안사건에 국정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이 수사 고삐를 죄고 있다.

피의자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입건된 이들의 주변인까지 내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들의 허술한 활동 정황이 드러나면서 ‘무슨 간첩이 이러냐’라는 반응도 나온다.

◆ 지령문 주고받고 정치인·시민단체 포섭 시도

북한의 지시로 미국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운동 등을 벌이는 등 간첩으로 의심받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총 4명이다. 각각 위원장 손모 씨, 고문 박모 씨, 부위원장 윤모 씨, 연락담당 박모 씨다. 손씨를 제외한 3명은 구속됐다.

여러 지역 가운데 청주가 활동 근거지가 된 배경은 공군 청주기지(17전투비행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기지에는 현재 스텔스기 20여 대가 도입됐다. 오는 2023년까지 총 40대가 추가로 배치될 예정이다.

<더팩트>가 확인한 청주지검의 구속영장청구서를 보면 이들의 혐의는 국가보안법 4조(목적수행), 7조(찬양·고무), 8조(회합·통신), 9조(편의제공) 등이다. 여기서 4조가 ‘간첩죄’로 형이 가장 무겁다. ‘목적수행’이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움직였다는 의미다.

지난 2017년 조직된 충북동지회는 ‘스테가노그라피’라는 암호화 프로그램을 이용해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집권 여당과 민중당(현 진보당) 등의 정치인과 노동·시민단체 인사 60여명 포섭을 시도했다고도 알려졌다.

수사당국이 압수한 충북동지회의 대북보고문을 보면, 이들은 저마다의 활동이 ‘본사 회장님’의 뜻과 의지를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본사는 북한, 회장님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뜻한다는 게 수사당국의 시각이다.

인터넷 언론매체도 창간했다. 이를 통해 ‘지역 청년들에게 회장님의 위대함을 체득시켜라’는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보도를 했다. 김정은 선전 내용의 기사 수가 지난 6월 기준 45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모씨의 경우 북한 지령을 받고 지난 2019년 중국 심양시로 향해 무인포스트 방식으로 공작금 2만 달러를 챙겼다. 검찰은 "해외를 방문한 적 없는 때에도 환전을 한 내역이 많다"며 "공작금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국가수사본부는 오는 2024년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게 된다./남용희 기자
국가수사본부는 오는 2024년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게 된다./남용희 기자

◆지역에서 소외되고 영향력 미미생계형 간첩?

이같이 충북동지회 4명은 무거운 혐의를 받지만 영향력은 미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물 포섭은커녕 청주의 노동·시민단체 사이에서도 소외당하는 처지였다는 것이다.

일례로 충북동지회는 모 지역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지자 노조와의 연대를 선언했지만 당시 분쟁을 겪은 노조 측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노조의 한 관계자는 "충북동지회를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최근 충북동지회 변론을 거부했다고 알려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민변 관계자는 "변론을 거부한 게 아니다"라며 "맡을 변호사가 혹시 있을까 찾던 중 충북동지회가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더니 우리를 규탄하더라"고 말했다.

정치권 표정 역시 다르지 않다. 여권 한 관계자는 "그 사람들(충북동지회)과 함께 할 수도 없거니와, 그들이 반대한다고 들어오기로 한 스텔스기가 안 들어오는 게 가능하겠나"라며 "훈련이 덜 된 '생계형 간첩'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회원 중 한 명은 북한에서 받은 활동자금 2만 달러 중 1만 달러를 유용해 북한의 질책을 받은 정황도 나타났다. 구속된 박모 씨는 지역 한 산별노조에 가입하려다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한 끝에 조합원 자격은 얻었지만 조합비를 내지않아 결국 제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 관계된 언론매체도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전무하다시피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현재 홈페이지는 불통 상태다.

◆ 경찰 대공수사 역량 시험대…내사 확대할까

충북동지회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손씨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국가보안법 위반 조작사건"이라며 "(압수물품 등은)불법으로 사찰하고 얻어낸 불법취득물"이라고 강조했다. 또 "각계 각층과 연대해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은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전할 말이 없다"고 일제히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피의자 4명 중 유일하게 구속영장이 기각된 손씨에 대한 영장은 재신청할 것으로 내다본다.

수사 전반의 범위 및 속도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경찰은 지난해 12월 국정원법 개정에 따라 오는 2024년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을 예정이라 수사역량을 인정받으려 한다는 시각이 많다.

현재 피의선상에 오른 사람 외 내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안통 검사 출신인 강정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북한쪽과 직접 접촉하고 교류하는 존재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 주변인들도 내사 대상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 변호사는 이어 "생각보다 간첩의 역할은 단순하다. 재야단체 등의 동향이나 각 인물 성향을 파악하고 북에 알려주는 정도"라며 "간혹 급변 사태를 대비한 전략을 담은 문건을 만들기도 하는데, 가능성은 적지만 살펴봐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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