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달려야 산다…폭염 뚫고 질주하는 라이더들(영상)
입력: 2021.08.04 05:00 / 수정: 2021.08.04 05:00

 [동행취재] 배달 라이더와 체험…쉴 곳은 지하주차장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업계 추산 배달앱 시장은 지난해 15조원 규모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속도는 더 빨라졌다.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의 성과라지만 그게 전부일까. 업계가 급성장한 이면에 라이더(배달원)들의 땀과 노력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더팩트>는 지난달 말 한 배달 라이더의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 동행 취재에 나섰다. 낮 기온이 30도를 웃돈 이날 종일 오토바이를 타고 도심을 질주했지만 땀이 그칠 줄 몰랐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배달 수요 증가로 배달원들은 안전사고 우려와 땀의 무게가 더 무거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30분 로켓배달' 매일 사고 걱정

오후 4시쯤 서울 도심 한 거리. 오랜만에 단비가 내렸지만 폭염을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기온이 33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40대 라이더 A씨는 이미 지친 듯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앞서 4시간을 일하다 왔다고 했다.

첫인사 나눌 겨를도 없이 A씨 휴대전화 알림이 울렸다. 콜이 들어온 곳은 약 20분을 달려야 닿을 한 샌드위치 매장.

출발하자마자 4차선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 대형 버스를 만났다. 버스가 뿜어내는 열기가 온몸을 뒤덮었다. 버스를 피해 일반 승용차 뒤로 피했지만 큰 차이 없었다. A씨는 "오늘은 그나마 비가 와서 덜한 편"이라며 "더운 날에는 아스팔트 열기에 데워져 '후라이드 치킨'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은 가뭄에 단비였다. A씨는 "달리면 이렇게 시원해야 하는데 지난 며칠은 바람도 뜨거워서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출발한 지 10여 분 뒤 언덕을 만났다. 길이 비에 젖은 탓에 오토바이가 넘어지진 않을까 겁이 났다. A씨는 "사실 체력 문제보다는 정신적 불안감이 크다"며 "항상 타는 오토바이지만 사고가 발생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30분 이내 배달 서비스’ 시스템은 불안감을 더한다. 이 시간 안에 배달을 완료하지 못하면 벌점이 쌓이고, 누적되면 경우에 따라 콜에서 배제될 수 있다. A씨는 "도로상황이 천차만별인데 시간을 준수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중복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전문점 앞에서 라이더가 배달할 음식을 싣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아무 관련없음. /남용희 기자
중복인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 전문점 앞에서 라이더가 배달할 음식을 싣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아무 관련없음. /남용희 기자

◆기상여건에 따른 처우개선 목소리도

가까스로 매장에 도착했을 때 A씨와 기자는 이미 물에 빠진 듯 땀 범벅이 된 상태였다. 그러나 진짜 배달은 이제부터 시작. 매장서 음식을 받았으니 고객에 배달해줄 차례였다. 10분가량을 또 내달려서야 고객을 만날 수 있었다. 콜을 받고 약 30분 만에 간신히 배달 한 건을 끝마쳤다.

안도의 숨을 내쉰 A씨는 곧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땀을 식혀 줄 일종의 아지트란다. A씨는 "주차장 있는 곳이 제일 좋다. 그나마 시원하다"며 "잠시라도 열기를 식힐 공간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며 미소지었다.

A씨가 받는 수수료는 5000원. 아쉽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는 곧 또 다른 콜을 받고 오토바이에 올라 떠났다.

시민단체는 기상 여건 등을 고려한 배달 라이더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조은 참여연대 간사는 "폭염 또는 한파 상황에서 라이더들의 노동강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달라지는 상황을 정확히 확인해 추가적인 수수료 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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