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서울주택공사(SH) 사장 후보자가 여러 논란으로 인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률 기자 |
민주당 본격 견제 신호탄?…일단 SH사장 후보자 물색 박차
[더팩트|이진하 기자] 부동산 4채를 보유한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논란 끝에 자진사퇴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에 급제동이 걸렸다.
오 시장 취임 후 '허니문' 기간을 가졌던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서울시의회도 김 후보자를 낙마시키면서 본격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 민주당은 지난 2일 김 후보자의 사퇴 후 공식 입장문을 내 "오세훈 시장은 다음번 지명할 사장 후보자를 좀 더 신중하게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실제 민주당은 오 시장이 진행해온 일련의 인사에 불만을 쌓아왔다. '방역 책임 떠넘기기'로 구설수에 오른 김도식 정무부시장, 사전 내정 의혹을 받은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 오 시장의 과거 임기 때 정무수석을 지내다 뇌물수수로 구속기소된 이력에도 서울시에 복귀한 강철원 민생실장 등이 예다. 기획조정실장에 내정했던 황보연 경제정책실장도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이이재 전 새누리당 의원을 120다산콜재단 이사장에 임명했다.
특히 오 시장이 현역 의원 시절 정부여당에 독설을 가했던 김현아 후보자가 다주택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임명을 추진하자 민주당이 '숨긴 발톱'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문회에 앞서 자료 제출도 부실했고 뚜껑을 열자 '시대적 특혜'라는 논리를 앞세워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3선인 서윤기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입장문을 내 "높은 득표율에 취해 고위공직자 후보들의 도덕성과 능력 검증에 앞서 정치적 배려를 우선하고 있다"며 "선거 승리로 서울시정에 대한 오만한 태도가 인사 독선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공석인 서울시 산하기관장은 모두 11곳에 이른다. 서울시의회 인사 청문 대상은 서울교통공사, SH공사,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서울시설관리공단 등 4곳이다. 이중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은 9월로 임기가 끝나 곧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오 시장은 내년 대선 출마를 부인하고 있지만 본인 뜻과 상관없이 야권 잠재적 후보군이다. 시의회 민주당의 견제가 거세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부분 시의원이 도전할 내년 지방선거도 1년이 채 남지않았다. 그 전초전인 대선을 앞두고 '전투력'을 높여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SH공사 사장 후보자로 공기업의 가치관과 철학이 맞는 인물로 내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
인사 좌절로 SH공사 사장 공백상태가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지난 보궐선거 당시 부동산 정책 브레인이었던 김 후보자의 낙마로 오 시장의 시정 추진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김현아 후보자의 조기 사퇴로 더 큰 불은 막은 상황이다. 자진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오 시장의 판단도 반영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오 시장은 후임 인사에 속도를 내고있다. 시에 따르면 SH공사는 이날 황상하 경영지원본부장(사장 직무대행) 주재로 긴급 본부장 회의를 열고 기존 임원추천위원회 활동 기한을 연장해 재공모 일정에 들어갔다.
서류전형·면접·후보자 추전, 시장의 내정과 시의회 인사청문까지 한 달 안팎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SH공사 관계자도 "임추위 활동 기간을 연장하고 재공모 일정에 바로 돌입해 재공모를 위한 세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일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 청문회 위원으로 참석한 김호평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SH공사 사장 자리의 공석이 길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SH공사의 이념과 철학, 사업에 대한 전문적 소양과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 지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