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이다] 손 뻗어도 닿지 않는 '무인정산기'는 왜?(영상)
입력: 2021.07.29 05:00 / 수정: 2021.07.29 07:21

한강공원 무인정산기, 내리거나 창문 밖으로 몸을 드러내야 결제 가능

[더팩트ㅣ탐사보도팀] 인건비 절감과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 한강공원 내 주차장에 무인정산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고 쉬운 정산을 위해 설치된 무인정산기가 오히려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한강공원 주차장에 설치된 무인정산기는 운전자들이 앉아서 편하게 결제할 수가 없습니다. 운전자 눈높이보다 높고 멀게 설치돼, 차에서 내리거나 창문 밖으로 몸을 드러내 결제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차료 결제를 하는 시민들을 만나 무인정산기 사용에 관한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운전자: 생각보다 다른 곳 보다 높은 거 같아요.]

[취재진: 다른 주차장은 어떤가요?]

[운전자: 이 정도 높이까지는 아닌 거 같아요.]

또 다른 운전자도 같은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운전자: 여기가 좀 높은 거 같아요.]

[취재진: 다른 곳은 어떤가요?]

[동승자: 이렇게까지 멀진 않고 높이도 조금 낮은 거 같아요.]

[운전자: 너무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불편한 거 같아요. 여기가.]

취재진이 한강공원 주차장 8곳의 무인정산기를 확인한 결과, 주차 결제카드 슬롯은 지표면으로부터 평균 115cm의 높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결제 정보를 확인하거나 영수증 버튼이 있는 화면의 높이는 평균 150cm 높이 입니다.

결제카드 슬롯은 지표면으로부터 평균 115cm, 결제 정보를 확인하거나 영수증 버튼이 있는 화면의 높이는 평균 150cm 높이로 운전자가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거나 차에서 내려야 결제가 가능하다.
결제카드 슬롯은 지표면으로부터 평균 115cm, 결제 정보를 확인하거나 영수증 버튼이 있는 화면의 높이는 평균 150cm 높이로 운전자가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거나 차에서 내려야 결제가 가능하다.

국산 준중형 차량을 기준으로 측정해 해 보니, 운전석 창문에서 바라본 운전자의 눈높이는 지표면으로부터 100cm~110cm 높이였고 결제를 위한 카드 슬롯은 120cm 높이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영수증을 출력하기 위해서는 평균 150cm 높이에 위치한 화면 속 버튼을 눌러야 됩니다. 이런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사전 정산기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방치된 채 작동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주차장 관계자는 취재진에 다가와 주말에 주차 결제 문제로 신고가 많다고 고충을 토로합니다.

[주차장 관계자: 그거 때문에 민원이 들어왔어요. 이거 좀 어떻게 해야 돼요.]

설치 규격을 확인하고자 한강사업본부 시설관리 담당자에게 설치 규격과 관련한 조례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담당자는 시행 조례가 없어 업체들이 보유한 기성품을 골라 설치한 것이라 말합니다.

[ 한강사업본부: 설치 기준은 아마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자료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강사업본부에서 도입을 하고자 하는 여러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기성품들 있잖아요? 그중에서 저희가 제안요청서를 보내서 저희쪽 기준에 충족하는 업체들이 들어와서 거기서 또 평가를 해서...]

취재진은 시민들이 불편함 없이 이용 중인 서울 시내의 한 공영주차장을 찾아 무인정산기를 직접 사용해 봤습니다. 이곳은 결제 슬롯과 영수증 출력 버튼이 운전자의 눈높이에 위치해 사용에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결제 슬롯의 높이는 112cm, 영수증 버튼의 높이는 106cm로 한강 정산기 보다 낮게 위치해 있습니다.

또 무인정산기의 할인 시스템에도 허점이 발견됐습니다.

서울 거주민을 대상으로 가구당 2자녀 이상 가정에 발급되는 다둥이 행복카드 사용 시 2자녀면 주차 요금의 30%, 3자녀 이상이면 50%가 할인이 됩니다. 그러나 한강 무인정산기에서 할인을 받으려고 하면 카드 소지자의 인적 사항이나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인터폰에 카드만 보여주면 일괄 할인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기자: 다둥이카드 할인이요.]

[인터폰: 자녀가 몇 명이에요?]

[기자: 두 명이요.]

[인터폰: 카드 보여주세요.]

경차 할인 또한 무인정산기가 자동으로 인식하지 못해 매번 인터폰을 이용해 직원에게 요청을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한강사업본부는 주차장 출차 속도 개선을 위해 2019년도에 30억 원을 투입해 11개 한강공원의 43개 주차장에 무인정산기를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장비 설치로 인해 한강을 찾은 시민들은 지속적으로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임세준·윤웅 기자>

탐사보도팀 jeb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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