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교사에 대한 부장 보직 배제는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
인권위, 부장 임명시 성비 고려 권고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남성 교사만 부장에 임명하던 한 사립 중학교에 성차별 관행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진정인 A씨가 근무하는 중학교 교장에게 부장 보직 임명 시 교사 성비를 고려하고, 주요 의사결정기구에 여성 교사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관행 개선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1999년 교사 A씨가 부임한 이후 학교에서 부장 보직은 남성 교사들의 전유물이었다.
A씨는 2019년 재단 동문회 경비 지원으로 미국 여행을 갈 순번이 됐으나 교장과 교감은 "숙박비용 때문에 어렵다"며 포기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숙박비를 사비로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교장과 교감은 "전례가 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답변만 했다. A씨는 같은 재단 고등학교 교사인 남편과 함께 미국에 가는 것으로 협의해 다녀왔으나 일련의 과정에서 성차별적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학교의 남성 중심적 운영 관행을 개선해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학교는 여성 교사가 들어온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명의 여성 교사도 부장에 보임시킨 적이 없었다. A씨가 올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A씨를 제외한 두 명의 여성 교사를 부장에 임명했다.
교장은 학교에 나이가 있는 남성 교사가 많았고, 여성 교사의 경력이 짧아 부장을 맡기긴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장은 승진의 개념이 아니고, 힘든 자리라서 여성 교사를 임명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여성 교사보다 경력이 짧은 남성 교사가 부장에 임명된 점을 보면 교장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봤다.
부장이 학교 주요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관리직 승진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것을 보면 여성 교사를 배제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기회를 원천 차단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 초청행사에서 A씨를 배제하려던 것도 A씨에게 위축감을 줬을 것이라고 봤다.
인권위는 "2020년까지 오랜 기간 여성 교사들이 부장에 임명되지 않은 것은 여성에게 고용상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 성차별로 판단된다"며 "학교는 부장 보직 임명에 있어서 여성 교사를 불리하게 대우하지 말고, 성차별적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