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 긴장고조…"오세훈 나서야" vs "철거 불가피"
입력: 2021.07.26 12:39 / 수정: 2021.07.26 12:39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시한인 26일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세월호 기억공간에 모여 농성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용석 기자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시한인 26일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세월호 기억공간에 모여 농성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용석 기자

[더팩트 | 정용석 기자]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두고 서울시와 유가족 측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기억공간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족들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남을 요구했다.

서울시 측은 26일 오전 7시20분과 11시쯤 각각 유가족에게 철거 공문을 전달하기 위해 세월호 기억공간을 찾았다. 이날은 시가 예고한 철거일이다.

시의 두 번째 방문 때 세월호 희생자 유예은 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 상황을 풀어나가려면 오세훈 시장이 직접 와서 협의 과정을 꾸려나가야 한다"며 "다시 한번 유가족의 뜻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대외적으로 발표한 철거 시한이 오늘까지기 때문에 관리 차원에서 말씀드리러 왔다"며 "잘 협조해서 원활히 철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또 오 시장 면담 요청에 대해서는 "말씀하신 취지를 잘 알겠고 전달하겠다"며 "행정적 차원에서 하는 일이라 입장을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예정대로 강제 철거를 실시할 지를 놓고는 "(유가족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서 (강제 철거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억공간이 있는 광화문 광장에는 철거를 요구하는 보수성향 유튜버 10여명이 모여 유가족 측을 비난했다. 이들은 오전 7시쯤부터 광화문광장에 모여 확성기를 들고 소리치면서 유가족과 4.16연대를 비난했다. 이들은 경찰과 기억공간 내부 촬영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현재 유족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23일부터 철거 강행에 맞서 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들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끝나면 적당한 위치에 크기를 조금 줄여서라도 기억공간을 다시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3일부터 나흘째 대치 속에 시는 이날 오전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시는 "2019년 4월 개관한 세월호 기억공간은 조성 당시 201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존치하기로 하고 설치·운영하기로 한 가설 건축물"이라며 "오랜 기간 지연되었던 광화문 조성공사를 조속히 마무리해 시민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서는 세월호 기억공간 일대 부지도 8월 초부터는 공사를 본격화 해야 한다. 공사 진도에 맞춰 7월 중에는 해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세월호 기억공간이 있는 위치는 공사를 위해 안전펜스가 둘러쳐진 상태로 일반시민의 접근이 불가능하고 지난 4월부터는 운영도 중단된 상태"라며 "공사 일정 상 이달 중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유가족 대표 및 지원 단체에 이날 철거예정일임을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기억공간의 이전 설치도 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족들이 요구하는 협의체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된다"며 "전임 시장 때부터 구상된 계획이고, 앞으로도 그 계획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y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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