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6일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겠다고 통보한 가운데 25일 세월호 기억공간으로 들어가겠다는 서울시 공무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치하고 있다. /정용석 기자 |
민변, 인권위에 철거중단 긴급 구제 신청
[더팩트 | 정용석 기자] 서울시와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광장 내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세월호 기억공간)의 철거를 앞두고 사흘째 대치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5명은 25일 오전 10시15분과 오후 1시10분 세월호 기억공간 내부의 사진과 물품 등을 정리하기 위해 사흘 연속 기억공간을 찾았다. 이들은 기억공간 앞 펜스에서 유족측 저지에 가로막혀 각각 30분, 10여 분간 대치하다 철수했다.
시 측은 26일 기억공간 철거에 앞서 지난 23일부터 내부 사진과 물품 등을 정리할 계획이었다. 5회에 걸친 사전 철거작업은 유족측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의 반대에 무산됐다.
유족 측은 "방역수칙을 다 지키면서 기억관을 지키고 있다"며 "서울시와 기존에 구상했던 방안이 무너진 상황에서 서울시의 입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돌아가 달라"고 말했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내일까지 철거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사일정 상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며 "책임자가 눈으로 시설을 확인만 하겠다는데 가로막으시는 건 도를 넘은 행동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으로 철거를 진행할 계획은 없다"며 "내부회의를 거쳐 조금 있다가 다시 와서 말씀드리겠다"며 돌아갔다.
현재 유족과 4.16연대는 23일부터 철거 강행에 맞서 기억공간을 지키기 위한 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들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끝나면 적당한 위치에 크기를 조금 줄여서라도 기억공간을 다시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협의하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대화를 요구해왔다. 17일 유족들은 오 시장과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대체공간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 협의체 등 철거에 관해 논의할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오 시장은 면담에서 "공무원의 입장에서 정치가 아닌 행정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 밖에 없다"며 철거 강행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대치 속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민변은 "서울시의 기억공간 철거는 국제인권법상 '퇴행 금지의 원칙',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인권의 적극적 보장을 위해 부담하는 최소한의 의무와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해 피해자와 시민의 기억과 추모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적법한 계고 절차에 따르지 않고, 구두로 통보하고, 구체적인 이행 기간과 방법을 알 수 없는 공문으로 철거 강행 의사를 밝혀 최소한의 절차조차 준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인권위는 진정을 접수한 후 조사 대상에 대한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되고, 방치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 진정 사건 결정 전 직권으로 긴급구제 조치 권고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