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과 4.16연대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7시30분 서울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대책 마련 회의를 하고 있다. /정용석 기자 |
협의체 구성도 거부…주말 재시도할 듯
[더팩트 | 정용석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내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세월호 기억공간)의 사진과 물품 수거를 시도했으나 세월호 유가족들의 반발로 일단 철수했다. 유족과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철거 강행에 맞서 자리를 무기한 지키기로 했다.
23일 4.16연대와 유가족 측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날 오후 3시30분쯤 유족 측에 '세월호 기억공간 내 사진과 물품을 수거하겠다'고 공문을 보냈고 4시쯤 집행을 시도했다.
유족들이 기억공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서울시 관계자들이 물품을 정리하기 위한 박스를 들고 수거 작업을 준비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유족·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서울시 측은 1시간 30분간 대치했다.
유족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유가족 측과 비공개 면담에서 '세월호 기억공간을 어떤 형태로든 보존해달라'는 요구에 23일까지 답을 주기로 했는데 결국 거부 통보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유족 측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희생자 유예은 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7일 면담에서 가족들은 기억공간을 다른 형태로라도 광화문 광장에 녹여낼 방안을 찾고 기억공간 보존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이 요구한 답변 시한이 오늘까지였는데 (서울시가) 3시30분에 공문을 주며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했다"며 "오늘부터 물품 수거를 집행하겠느냐고 물어보니 철거반이 도착했을 것이란 답변에 (기억공간에) 뛰어왔다"고 덧붙였다.
시 측은 주말 사이 다시 물품 정리를 시도하고 26일 예정대로 기억공간 철거를 강행할 방침이다.
고 진윤희 양의 어머니인 김순길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서울시 측의 답변은 철거 통보로 돌아왔다"며 "협의체 구성도 거부한다는 건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족과 4.16연대는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 2주간 2683개 단체와 개인이 서명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세월호 기억공간은 기억을 통해 무참한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강력히 희망하는 공간"이라며 "기억공간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