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자 의혹' 이동훈, "아이언세트만 빌렸다" 강조하는 이유
입력: 2021.07.20 05:00 / 수정: 2021.07.20 05:00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처벌 기준 100만원 넘지 않으려는 의도" 주장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43) 씨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골프채 풀세트를 받은 의혹으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중고 아이언세트만 빌렸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청탁금지법상 형사처벌 기준을 다투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3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이 전 위원은 김 씨에게 골프채 세트를 받았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전 위원은 입장문을 통해 "김 씨 소유의 '캘러웨이 중고 골프채'를 빌려 사용했다. 이후 아이언세트만 저희 집 창고에 보관됐다. 풀세트를 선물로 받은 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김 씨와 함께 골프를 치러간 지난해 8월 15일에는 비가 왔기때문에 식사만 한다는 생각으로 골프채 없이 갔다고 강조했다. 계획없이 골프를 치게 돼 김 씨에게 채를 빌렸다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선 '청탁금지법' 처벌 기준을 쟁점화하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청탁금지법상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같은 사람에게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면 처벌받는다. 이 전 위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금품 수수액은 '100만원' 아래로 내려가 처벌되지 않는다.

골프채 풀세트는 아이언세트, 드라이버, 우드, 유틸리티, 퍼터로 구성된다. 골프용품 업계에 따르면 캘러웨이 풀세트 각 구성품은 소비자가격이 40만~160만원대이며 풀세트는 300만원 이상이다. 아이언세트는 보통 100만원대다.

이 전 위원의 말대로 풀세트가 아닌 아이언세트만 받았다면 수수액은 300만원 이상에서 100만원대로 떨어진다. 통상 골프채는 소비자가격에서 20%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는 만큼 '100만원'이라는 기준은 깨질 수 있다.

만약 '중고 골프채'라면 가격은 훨씬 내려간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에는 기준가격이 없다. 매장마다 매입가 기준이 애초에 모호하기 때문에 가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 50~70% 할인해주는 매장도 있다"고 전했다.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을 피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을 피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 전 위원이 '100만원' 기준을 빠져나갈 퇴로를 만든 것이라는 평가다. △풀세트가 아닌 아이언세트 △새 제품이 아닌 중고 △수수가 아닌 대여 등의 조건으로 100만원 밑으로 맞추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아이언세트만 보관했다고 한 것 자체가 100만원을 넘지 않으려는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러 품목으로 구성된 풀세트에서 아이언세트만 따로 대여했다는 주장을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가격 기준이 모호한 만큼 '중고'라고 강조한 것 역시 무죄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새 제품을 그냥 줘도 중고가 되고, 열 번 치고 줬다고 해도 중고가 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청탁금지법상 1회를 따질 때 골프채뿐만 아니라 골프 접대비 등도 포함된다. 골프·식사 접대 비용을 포함해 합산 금액이 100만원이 넘는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bell@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