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 '조롱 대상' 체육시설 방역 기준과 '현실'
입력: 2021.07.16 06:47 / 수정: 2022.11.08 21:41

'논란'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 기준, 종사자들은 '부글부글'

[더팩트ㅣ탐사보도팀]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에 초유의 거리 두기 4단계를 시행 중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봉쇄 없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강도의 조치를 취해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개할 것"이라 언급했는데요.

하지만 세부 지침들이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현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체육시설과 관련된 부분에서 '탁상 행정'이라는 이야기가 뜨겁게 오가고 있습니다.

[체육업계 관계자 A씨: 목욕업은 또 돼요. 목욕업으로 신고된 헬스장. 얘네들이 얼마나 멍청한 XX들이냐 하면 목욕탕에서는 코로나가 안 옮기고 헬스장에서는 코로나가 옮긴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탕이 있어서 신고할 때 목욕업으로 신고해야 되는 데가 있어요. 그 기준 조건이 맞아야죠. 탁상행정이고 실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고...]

취재진이 실제로 목욕업으로 등록된 한 피트니스센터를 찾아보니 회원들이 자유롭게 목욕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보시다시피 '목욕장업'으로 사업 등록이 된 경우에는 샤워장이 정상 운영되고 있습니다.]

체육업계는 이럴 바에는 헬스장의 샤워장도 다 이용 가능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왕래가 잦은 목욕업은 정상적으로 영업하는데, 개인 칸막이가 설치된 헬스장 샤워장이 더 안전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또 "헬스장 샤워는 금지하고 수영장 샤워는 허용하는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며 "정부 지침에 따르면 수영장·골프장 샤워실은 이용할 수 있지만, 헬스장 등 실내 체육시설의 샤워실은 이용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체육업계 관계자 B씨: 거기는 (대중목욕탕) 하루 입장객들이 많아요. 또 불특정 다수들이 와서 샤워하면서 칸막이도 없는 곳에서 하지만, 피트니스 샤워시설은 칸막이가 다 설치되어 있어요. 한 번 입장에 3~4명밖에 안 돼 큰 문제가 안 되는데 체육시설업은 샤워장 운영을 못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거리 두기 4단계 시행 뒤 피트니스센터 샤워장은 이용이 금지됐다. 반면 목욕장업으로 사업이 등록된 피트니스의 경우 샤워장 이용이 가능하다.
거리 두기 4단계 시행 뒤 피트니스센터 샤워장은 이용이 금지됐다. 반면 '목욕장업'으로 사업이 등록된 피트니스의 경우 샤워장 이용이 가능하다.

서울 송파구의 한 피트니스센터. 이용객이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속도를 확인하니 6km로 맞춰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거리 두기 개편안에 따르면 3·4단계부터는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 속도를 6km 이하로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줌바, 스피닝 등 노래들 틀어놓고 단체로 운동하는 GX류의 경우에는 음악 속도를 100~120BPM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이유주 <2X휘트니스> 줌바댄스 강사: (현재 음악은) 109~110BPM이라서 문제는 전혀 없을 것 같거든요. 당분간은 힙합으로 (틀겠습니다).]

속도가 빨라질 경우 침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BTS의 인기곡 '버터(Butter)'는 되고 블랙핑크의 곡들은 대부분 130BPM 수준이라 안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유주 <2X휘트니스> 줌바댄스 강사: 120BPM 이하 곡으로만 선택해서 선곡하고 있어요. 사실 음악이 느려도 심박 수를 높이는 방법은 많아요. 예를 들어 90BPM이래도 심박 수를 200까지 높이는 건 어렵지 않아요. 이 정책이 박자에 맞추긴 했지만, 천지 차이가 될 수 있는 데 그 부분을 감안하지 못한 것 같아요.]

[피트니스센터 지점장 C씨: 저녁 시간에 사람이 몰릴 때 (트레이너) 한 명 한 명이 옆에 붙어서 다 보고 있어야 하는데, 그건 좀 말이 안 돼요. 또 마스크를 다 쓰고 해서 숨이 차서 그만큼 뛰지도 못해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5~6km의 속도로 뛰고 있어요.]

문제는 '비말 발생이 어느 정도냐'라는 지점인데, 음악을 120BPM으로 제한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역 대책인가 의문이 듭니다.

4단계에 따르면 오후 6시 이후에는 사적인 모임이 2명까지만 허용됩니다. 하지만 사실상 '야간 외출'이 제한되면서 평소 인파로 가득한 퇴근길은 더 치열한 모습입니다. 거리 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이용객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열차에 몸을 싣고 있습니다.

[지하철 이용객 D씨: 식당은 정해진 인원이 띄어앉고 QR체크도 하는데 버스, 지하철은 그런 거 없잖아요.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들(거리가) 1m도 안되고, 서로 얘기하고 전화하고...결국 대중교통이 훨씬 위험한 거 아닌가요.]

결혼식이나 장례식 관련 지침 또한 많은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예식장을 예약한 예비신혼부부의 경우 친족만 최대 49명까지 참석 가능합니다. 1년에 한번 보는 친족은 가능하고, 친한 친구들은 참석이 불가능한 것입니다. 이미 결혼 날짜를 정하고 관련 준비를 마친 예비신혼부부는 가슴이 무너집니다.

[예비신랑 E씨(11월 결혼식): 코로나 조금 피해서 (결혼) 하기로 했는데 점점 심해지니까 올해 잘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가족이 많지 않다 보니까 친구들이나 지인이 많이 올 확률이 높은데 친족 위주로 제한을 한다는 게 불편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결혼식에 무조건적인 인원 제한이 아니라 합리적인 세부조항이 필요하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식장 관련 분쟁이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코로나 방역에 있어 정부는 탁상행정이란 비판을 받아들이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세부 조건을 부과하는 등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방안을 실시해야 할 시점입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임세준·윤웅 기자>

탐사보도팀 jeb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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