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은 '텅텅' 진료소는 '북적'…4단계 첫날 서울의 밤
입력: 2021.07.13 14:38 / 수정: 2021.07.14 09:40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수도권에 시행된 첫날인 12일, 마포구 연남동 일대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정용석 기자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수도권에 시행된 첫날인 12일, 마포구 연남동 일대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정용석 기자

서울 번화가 곳곳 한산…"매출 40% 급감에 재난지원금은 턱없어"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6시부터 2명까지만 계셔야 해요. 양해부탁드립니다."

12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주점. 점원이 당부하자 한 테이블의 20대 청년 3명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 문 밖을 나섰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첫 날인 12일 오후 6시가 되자 서울의 번화가는 '썰렁'했다. 3인 이상 사적모임이 금지되는 사실상 '야간 통금'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날 저녁 서울 번화가 곳곳은 정적이 흐를 정도로 발길이 끊겼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부터 시작하는 연남동 일대도 비교적 한산했다.

이곳은 11일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이뤄지기 하루 전, 발 딛을 틈 없이 붐볐던 곳이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 사는 김모(34)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주변 공원 일대가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며 "오늘이 4단계 시행 첫날인 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도 대부분 친구, 연인 등 2명이 모였고 3인 이상이 함께 다니는 경우는 드물었다.

12일 오후 6시20분쯤 연남동에 위치한 한 식당.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조치로 인해 한산한 모습이다. /정용석 기자
12일 오후 6시20분쯤 연남동에 위치한 한 식당.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조치로 인해 한산한 모습이다. /정용석 기자

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근 식당이나 카페, 술집에도 빈자리가 많았다. 오후 6시20분쯤 한 중국음식점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이곳은 평소 식사시간대 손님으로 가득 찬다.

식당 주인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 원래 3인 이상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2인까지 모임을 제한하면 장사를 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식당 벽면에 줄줄이 걸려있는 유명인들의 사인 사진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일대의 주점들은 대부분 한두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손님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대기줄이 길던 술집들도 이날만큼은 달랐다.

한 주점 업주는 "저녁장사가 주가 되는 곳은 가게를 접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며 "점심은 4인도 괜찮고 저녁은 2인까지만 모일 수 있는 근거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홍대입구역 인근 카페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홀로 카페를 찾아 공부를 하는 손님이나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러 오는 연인 외에는 손님이 전부였다. 카페를 찾는 손님들도 방역수칙을 준수했다. 커피를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쓰는 등 코로나19 감염을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홍대입구역 인근 한 카페 점주는 "솔직히 6시 이전 매출은 큰 변화가 없었다"라며 "6시 이후 매출은 추이를 봐야겠지만, 보시다시피 카페 안에 두 테이블만 차 있지 않느냐"며 걱정했다.

12일 오후 8시 강남역 인근 거리의 인적이 드문 모습. /정용석 기자
12일 오후 8시 강남역 인근 거리의 인적이 드문 모습. /정용석 기자

오후 8시쯤 찾은 강남역 인근은 연남동 일대보다 훨씬 한산했다. 술집이 늘어선 거리는 고요했고,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술집들도 보였다. 주로 퇴근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호프집, 삼겹살집에 인적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상인들은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막막함을 호소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한 호프집을 운영하는 점주는 "3인 이상 손님이 전체 손님의 절반 이상이라 사실상 매출의 절반 가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거리두기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가 보는데 정부 지원금으로 손해를 메꾸기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저녁에 직원을 3명까지 썼는데 지금은 1명만 남기고 모두 해고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노래방이나 PC방 등도 거리두기 상향 조치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 업종은 영업제한은 오후 10시까지로 유지되지만 3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다. <더팩트>가 찾은 한 노래방은 2인 손님을 맞은 방 하나 외에는 모든 방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노래방 점주는 "(거리두기 4단계는) 업종 특성을 고려치 않은 정책"이라며 "주로 저녁시간에 여럿이 오는 곳에 2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면 (거리두기가 끝날 때까지)장사를 접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재희 한국코인노래방협회 이사는 "코인노래방협회에 가입한 회원 기준 지지난주 대비 지난주 매출이 이미 40%가까이 떨어졌다"며 "사실상 셧다운 상태다 보니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라 말했다. 이어 "5차 재난지원금도 코인노래방의 경우 업주당 300만원 선으로 받게 되는데, 손실 보상 개념으로 지급하는 액수치고는 한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12일 오후 8시가 넘은 시각에도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강남역에 위치한 서초구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 /정용석 기자
12일 오후 8시가 넘은 시각에도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강남역에 위치한 서초구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 /정용석 기자
13일 화요일부터 운영되는 언택트선별검사소. 언택트선별검사소는 서초구 강남역, 고속터미널역, 사당역 3곳에 설치된다. /정용석 기자
13일 화요일부터 운영되는 '언택트선별검사소'. 언택트선별검사소는 서초구 강남역, 고속터미널역, 사당역 3곳에 설치된다. /정용석 기자

4단계 실시 후에도 붐비는 곳은 있다. 다름아닌 선별검사소다.

강남역에 위치한 서초구임시선별검사소에는 오후 8시가 넘은 시각에도 코로나19검사를 위해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퇴근하고 찾는 직장인들이 많았고 저녁시간을 활용한 인근 주민들도 보였다. 천막으로 구성된 임시선별검사소 뒤편에는 13일부터 운영될 '언택트선별검사소' 설치가 한창이었다.

서초구임시선별검사소는 이날 12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현장에서 만난 이현재 서초4동장은 "오후 5시까지 609명의 시민들의 (코로나19) 검사를 마쳤고 오후 6시반부터 현재 시각(8시)까지 150명 넘는 시민들이 찾아주셨다"며 "13일부터는 전국 최초로 운영되는 언택트선별검사소가 열린다"고 설명했다.

y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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