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1200명 넘은 날…"경찰 갔다, 술 꺼내" vs "손님 확 줄었어요"'(영상)
입력: 2021.07.10 09:00 / 수정: 2021.07.10 09:15

'서울 2030 핫플' 온도차…한강공원 '10시에만' 금주, 홍대 거리는 한산

[더팩트ㅣ정용석 기자] "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가 금지됐습니다. 밤 10시 이후에는 모임을 마무리하고 귀가하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당시까지 역대 최다 신규확진자 1275명을 기록한 지난 8일 오후 9시30분 서울 뚝섬한강공원.

음주를 자제해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9시50분쯤부터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공공안전관과 뚝섬센터의 직원들도 나왔다. 뚝섬한강공원 주변에서 음주를 즐기는 시민들에게 "이제 10시부터는 공원에서 술 드시면 안됩니다"라며 계도를 시작했다.

시민들은 마시던 맥주캔을 내려놓았다. 잔을 털며 이제 다 마셨다는 시민도 있었다. "남은 술은 집에 가져가겠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단속이 시작되는 것을 알아차린 50대 남성 2명은 술병을 테이블 밑에 내려두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의 음주 금지 조치가 먹히는 듯 보였다.

공공안전관이 다른 공원으로 이동하자 술판은 다시 벌어졌다. 테이블에는 다시 맥주병과 소주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더 흐른 뒤에도 각 테이블 주위는 술과 음식을 즐기는 시민들로 붐볐다. 공원에는 오히려 시민들의 발길이 더 잦아졌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바닥에는 돗자리를 펴고 모여 앉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스크를 쓴 시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8일 오후 10시 20분께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음주를 즐기는 서울 시민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틀 연속 1200명 대를 기록했다. /정용석 기자
8일 오후 10시 20분께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음주를 즐기는 서울 시민들.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틀 연속 1200명 대를 기록했다. /정용석 기자

계도조치가 10시 안팎에 진행된다는 점을 악용해 시간을 넘겨 음주를 즐기러 오는 것이다. 10시부터 음주가 금지되지만 10시에만 잠시 멈춘 셈이다.

오후 11시가 넘어선 시간에도 공원에 있는 테이블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시민들은 집에 돌아가기 아쉬운듯, 안주를 더 사와 자리를 이어갔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는 빈 맥주캔이 쌓여갔다.

술을 마시던 정모 씨(32)는 "10시부터는 술집도 못 가는데 야외에서도 술을 못 마시면 스트레스는 어디서 풀어야 하나"며 "공원 밖에서 마시면 되고 안에서는 안된다면, 밖으로 나가서 마시면 된다"고 비꼬았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9시반부터 11시까지 음주 및 취식을 삼가해 달라는 방송을 틀고 직원들이 계도 조치를 한다"며 "단속 구역이 많아 한 장소에서 지속 계도를 이어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275명을 기록한 8일 오후 8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용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275명을 기록한 8일 오후 8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용석 기자

같은 '2030 핫플레이스'지만 홍대앞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오후 8시쯤 찾은 마포구 홍대거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 1200명대를 기록한 탓일까. 청년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거리를 돌아다녔지만 식당이나 술집을 방문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지난 주만 해도 거리두기 완화에 기대로 어깨를 부딪힐만큼 거리가 복잡했는데 최근 부쩍 시민들의 발길이 줄었다고 한다.

주점이 밀집해 있는 거리의 가게 안에도 손님이 드물었다. 한참 붐빌 시간임에도 가게당 한두 테이블만 차 있었다. 가게 밖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점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홍대 앞 '걷고싶은거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어제 코로나19 확진자가 1200명을 넘으면서 확실히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 자체가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원래는 10시까지 매장을 열었지만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가면 운영시간을 줄여야 할 지 모른다"며 "6시 이후로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는데 사실상 통금령 내린 것 아니냐"고 불만을 표했다.

인근의 화장품 판매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약 10여 분 동안 손님은 한명도 들어오지 않았다. 점장은 "지난주부터는 손님이 확실히 줄어 매출이 절반 가량 떨어진 상황"이라며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되면 어떻게 버텨야 할 지 막막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지난 9일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를 발령한다고 발표했다. 12~25일 2주간이다.

사적모임은 오후 6시 이전에는 4인까지만, 이후에는 2인까지만 허용된다. 직계가족 모임, 돌잔치 등 2단계까지는 인정되는 예외 사항도 적용되지 않는다. 클럽·나이트, 헌팅포차, 감성주점 뿐 아니라 유흥·단란주점, 콜라텍·무도장, 홀덤펍·홀덤게임장까지 모두 집합금지를 유지한다.

y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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