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로 속인 김태현, 물건 확인하러 나오길 기다렸다
입력: 2021.06.30 00:00 / 수정: 2021.06.30 00:00
노원 스토킹 살인범 김태현이 피해자 여동생이 혼자 있던 집에 침입한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임세준 기자
'노원 스토킹 살인범' 김태현이 피해자 여동생이 혼자 있던 집에 침입한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임세준 기자

'세모녀 살해 사건' 2차 공판…여동생 혼자 있던 아파트 침입 과정 드러나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노원 스토킹 살인범' 김태현이 피해자 여동생이 혼자 있던 집에 침입한 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살인·특수주거침입 등 혐의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김씨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자신과 연락을 끊은 피해자에게 분노를 키우던 김씨는 지난 3월23일 오후 5시40분쯤 미리 알아둔 집에 찾아갔다.

퀵서비스 기사라며 문을 두드렸지만 피해자 여동생은 쉽사리 문을 열지 않았다. 물건을 집앞에 두고 가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자리를 뜨지 않고 여동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5분쯤 지나 배송된 물건을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자 닫지 못하게 문을 잡고 준비한 흉기를 들이대며 집안에 침입했다.

여동생은 "누구세요"라며 소리를 질렀지만 계속 흉기로 위협하며 방으로 몰고가 반항하자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가 사전에 범행을 치밀히 준비한 흔적은 여럿 밝혀졌다.

범행일을 화요일인 3월23일로 정한 까닭은 24,25일이 피해자인 큰딸의 직장 휴무일이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가 살해돼 출근하지 않더라도 의심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 집 인근 마트에서 칼을 훔친 것도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한 범행도구로 쓰기 위해서였다고 인정했다. 다만 "범행에 사용할 물건인데 꺼림칙해서" 돈을 주지않고 훔쳤다고 진술했다. 범행 전 인터넷에서 급소인 '경동맥'을 검색한 일도 시인했다.

피해자 가족 중에 남성이 없다는 사실은 범행 전에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성이 있었더라도 "제압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여동생과 어머니 살해는 우발적이었다고 항변했다. 다른 가족은 묶어두기 위해 청테이프를 준비했고 집에 침입한 뒤 상당 시간이 지난 뒤에 여동생을 살해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는 가족도 살해할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으나 이후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우발적이었다는 주장과 맞지않는 정황도 나왔다. 여동생 살해 뒤 3시간여가 지나 귀가한 어머니는 집안에서 마주치자마자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사가 굳이 가족들이 있는 시간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정도로 배신감과 상처가 컸다"고 답했다고 한다. 범행장소로 여러 사람과 마찰을 빚을 수 밖에 없는 집을 고른 것도 "딱히 다른 곳이 생각나지 않아서"라고 진술했다.

김씨는 군 제대 후 줄곧 아르바이트를 했고 "다른 생각이 안 들고 즐거워" 게임에 크게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4~5시부터 새벽까지 게임에 매달렸고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퇴근하면 PC방을 찾았다. 피해자도 게임 중에 알게 됐다.

다음 공판은 내달 1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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