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무상지급 조례 가결 3년…머나먼 보편 지급의 길
입력: 2021.06.01 00:00 / 수정: 2021.06.01 00:00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서울시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가 서울시의 월경용품 보편지급을 촉구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남윤호 기자
5월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서울시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가 서울시의 월경용품 보편지급을 촉구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남윤호 기자

서울시 "여가부 결정이 중요" vs 권수정 의원 "의지 문제"

[더팩트|이진하 기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깔창 생리대'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만 11~18세의 모든 여성 어린이·청소년에게 생리대 등 월경용품을 조건 없이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서울특별시 아동·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2019년 가결됐다. 그러나 현재 만 11~18세 저소득층에게만 생리대가 지급될 뿐이다. 보편지급과 관련된 구체적인 예산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월경용품 보급은 국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의 예산이 통과돼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며 "여성가족부와 기획재정부에서 현재 논의 중이며 예산이 확정되면 선별적 지급되던 비율과 동일하게 시와 구 차원에서 예산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의 월경용품 무상지급에는 국비와 시비, 자치구비가 30:35:35로 비율로 투입되며 만 11~18세 저소득층 여성 어린이·청소년이 대상이다. 시행 첫 해에는 현물 지급 형태였으나 여가부가 바우처 시스템을 개발해 원하는 물건을 원할 때 사도록 했다. 올해는 매월 1만1500원씩 지급되며 시스템이 도입된 2019년부터 매년 5%씩 증액됐다. 올해 시 예산은 20억9300만 원이다.

시 관계자는 "2018년 조례가 발의됐지만 보편지급을 위한 관련 상위 법령이 부족했다"며 "지난 4월 법 개정으로 월경용품 보편지급을 강행하는 규정이 생겨 내년 4월 20일까지 정부부처와 논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례를 발의한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은 "그동안 여러 시민단체의 요구로 조례를 개정하면서 강력하게 보편지급을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조차 세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월경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개입과 책임이 필요한 여성인권의 문제"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란 재난 상황에서 서울시가 관련 조례에 따른 월경용품 지급을 위한 시행방안 마련을 미룬다면 재난 상황에서 여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시가 월경용품 보편지급 조례도 개정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시가 월경용품 보편지급 조례도 개정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윤호 기자

실제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가 28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이달 중순 전국 청소년(11~24살) 1234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월경 빈곤'이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비용이 부담돼 월경용품 구매를 망설인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967명으로 74.7%에 달했다. 또 '월경용품 구매에 드는 비용이 비싸다'고 답한 응답자는 1210명으로 98.1%를 차지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월경용품 구매비용에 대한 부담이 더 늘어났다'는 질문에 47.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밖에 74.0%는 '생리대 교체 권장시간인 4시간을 넘겨 사용한 적이 있다'고 했고 12%는 '사용 개수를 줄이고자 휴지·수건 등으로 대체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은 학교 보건실, 지역아동센터, 도서관 등 일부 공공시설에서 월경용품을 제공하지만 수가 적고 이용이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공시설 월경용품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는 항목에 응답자한 비율은 35.3%에 불과했다.

또 '월경용품 제공장소 수가 너무 적어 실제 필요할 때 사용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57.9%, '다른 사람의 눈치가 보이거나 교사 등에게 받은 면박으로 어려움을 느낀다'는 답변도 51.1%로 절반을 넘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운동본부 측은 "개별 답변을 살펴보면 코로나19로 등교일 수가 줄어 학교에서 지원받기 어렵고 아르바이트에서 잘리거나 부모님 월급이 줄어 월경용품 구매 지출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서울시와 재정정책이 조금 다르지만 경기도와 경상남도 등은 월경용품 보편지급을 이미 시행 중"이라며 "결국 서울시의 의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도 후보 시절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 지급을 약속했다"며 "국비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시 차원에서 선별지급이 아닌 보편지급을 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후보시절 운동본부가 보낸 정책질의 답변에서 서울시 청소년 월경용품 보편지급 예산 편성 및 시행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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