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박범계 "조사 한 번 없이 기소됐다"
입력: 2021.05.26 19:44 / 수정: 2021.05.26 19:44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민주당 패트' 반년 만에 재개…"이해충돌 없도록 성실히 임할 것"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6개월 만에 재개된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출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법정에서 검찰 기소에 불만을 드러냈다. 박 장관은 "검찰 조사를 받은 적도 없고, 피해자 진술 역시 없다"며 검찰 주장을 모두 반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26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관계자들에 대한 3차 공판을 열었다.

피고인은 박범계 장관과 박주민·김병욱 의원, 이종걸·표창원 전 의원, 보좌관 및 당직자 5명 등 총 10명이다. 검찰은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관계자를 폭행했다며 지난해 1월 박 장관을 비롯한 이들을 기소했다.

박 장관은 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날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지난해 11월25일 공판 이후 총 세 번 연기되는 사이 박 장관은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이날 검찰은 사건이 발생한 2019년 4월26일 새벽 국회 CCTV 영상을 법정에서 틀었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당직자들은 '여야 4당의 선거제·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막겠다'는 목표 아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가 열리지 못하도록 국회 곳곳을 봉쇄했다.

검찰의 영상에는 사건 당일 오전 1시38분경 회의를 열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던 민주당 관계자들이 국회 628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 앞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는 한국당 당직자 홍모씨와 박 장관이 충돌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어 표창원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의 모습도 담겼다. 이 장면이 바로 검찰이 폭행으로 판단한 주된 부분이다.

패스트트랙 저지에 나선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2019년 4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7층 의안과 입구를 막고 있다. /배정한 기자
패스트트랙 저지에 나선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2019년 4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7층 의안과 입구를 막고 있다. /배정한 기자

영상 속 박 장관은 과방위 회의실로 뛰어온 뒤 문을 막아선 홍 씨를 안은 채 실랑이를 벌였다. 검찰은 "피고인 박범계가 달려와서 양팔로 피해자 홍 씨의 목 부위를 감싸 안고 끌어내는 모습"이라며 "영상을 보면 홍 씨를 움직이게 못하는 것이 확인된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사개특위 전체회의 모습이 담긴 TV 영상을 증거로 틀었다. 사건 당일 새벽 2시45분경 이상민 당시 사개특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은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인 406호는 한국당이 점거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기습 회의를 개최했다. 영상에는 나경원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와 김태흠 의원 등이 뒤늦게 회의장을 찾아와 "회의는 무효"라며 항의하는 모습이 담겼다.

한국당이 거세게 항의하는 것을 볼 때 민주당의 사개특위 회의 개최 시도 자체가 위법이라는 게 이날 검찰의 핵심 주장이었다. 검찰은 "영상을 보면 회의실 들어가는 모습을 비롯해 회의를 개최하는 것 자체에 (피고인들은) 절차적 하자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애초 회의 개최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난 이유를 참작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영상 재생이 모두 끝난 후 박 장관은 직접 재판장에게 발언 기회를 얻었다. 박 장관은 "이 사건 피해자라고 하는 홍 씨는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하기 위해 세 번이나 소환했으나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며 "홍 씨의 진술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저 역시 남부지검에서는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검찰 진술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피해자 홍 씨의 조사도 없이 폭행 혐의로 자신을 기소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박 장관은 영상 일부분이 삭제됐다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 장관은 "동영상이 온전한지도 의문이다. 홍 씨는 저보다 키도 훨씬 크고 덩치도 크다"며 "제가 밀려서 제 안경이 땅에 떨어져 건네받고 했는데 그런 부분은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특히 회의 개최 시도 자체가 위법했다는 검찰의 주장도 반박했다. 박 장관은 "4월26일 과방위 회의실에서 일어난 일이 이 사건 공소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은 그 직후 법사위 회의실에서 일어난 일이 절차적 하자가 있었기 때문에 과방위 충돌 역시 문제가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사위실에서 개최된 회의가 무산된 것은 정족수가 미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2019년 4월 29일에서야 공수처법을 비롯한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결됐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사보임 절차가 불법이라며) 헌법재판소까지 갔으나 헌재는 절차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김병욱 의원 역시 발언 기회를 얻어 "검찰에서 단 한 번의 소환조사가 없었고, 경찰에서 한 번 받았는데 이 건이 아니라 다른 당직자와 몸이 부딪힌 부분을 조사받았다"며 "(영상에서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저를 조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소했다. 검찰 추측과 상상력으로 기소한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이날 오후 1시48분께 법원에 도착한 박 장관은 "이 기소가 정당한 것인지 호소드리려 한다"며 "남부지법은 제가 처음 판사로서 부임한 곳이다. 이곳에서 재판받는 것 자체가 민망한 노릇이지만 저는 대한민국 법정과 사법부를 믿는다. 성실히 재판에 임해 이해충돌 여지가 없도록 몸가짐을 반듯하게 하겠다"고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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