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이다] '첩보 영화' 방불케 하는 '뒷문 영업' 노래방 (영상)
입력: 2021.05.14 00:00 / 수정: 2022.11.08 21:50

[더팩트ㅣ탐사보도팀]

[서울 강북구 A 노래방: 지금은 강남역을 넘어가면 안 돼요. 역삼, 선릉 이쪽은 가시면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타깃이에요, 타깃. 왜냐면 형님들 안전, 우리 안전 때문에.]

[접대부 A: 정말 첩보영화 찍는 줄 알았어. 정말 조심히 들어왔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기다린 다음에 없을 때 왔어. 잠복해서 (단속) 하는 경우가 있어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유흥업소 관련 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유흥업소 밀집도가 높은 서울 강남 일대는 경찰과 지자체의 단속이 강화돼 관련 종사자들이 강북 등 상대적으로 단속이 뜸한 시 외곽으로 옮겨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 불법 영업을 강행하는 유흥업소들의 행태를 확인해 봤습니다.

[질문: 10시까지 해요?]

[서울 광진구 B 노래방: 10시요, 우리 10시. 9시 55분까지 해요.]

[질문: 다 나가야 해요?]

[서울 광진구 B 노래방: 나가야 해요. 아가씨 없습니다. 거의 다 10시까지 밖에 안 해요. 겁나서 할 수가 없어요. 몇만 원 벌자고 그거...]

서울 광진구의 한 노래방 업주는 행정명령에 맞춰 오후 10시에는 영업을 중단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10시 이후 외부 간판은 꺼졌지만 후문으로 버젓이 영업을 이어갔습니다.

어두컴컴한 노래방의 후문으로 접대부가 들어간 뒤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문을 닫습니다. 이어서 남자 손님 한 명이 입구가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노래방에 들어섭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손님도 두리번거리며 후문으로 출입을 합니다.

행정명령에 맞춰 노래방들은 10시에 일제히 간판의 불을 껐지만 내부에서는 분주히 영업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질문: 10시 20분쯤 갈 거 같은데 괜찮아요?]

[서울 광진구 C 노래방: 들어오시기 전에 그쪽으로 오셔서 전화 주세요. 그러면 10시 30분 정도에 세 명 맞춰놓을게요.]

또 다른 유흥업소들이 밀집된 거리, 영업이 끝난 시간이지만 접대부들을 이동시키는 차량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차량에서 내린 여성들은 단속을 의식해 주변을 살펴본 뒤 노래방을 향해 조심스럽게 이동합니다.

[접대부 B: 잘 골라서 잘 들어오셨네요. 사장님께서 노하우도 있으시고.... (다른 곳은) 그냥 영업은 하되 노래가 안되는 곳이 있고 완전 사운드 줄여서 하느니만 못하는... 흥을 떨어트려서 노래 못하게 만들고 그런 곳이 있고. 주말에는 늦게까지 하는데 일찍 퇴근하면 (새벽) 2시 정도에 퇴근하는데, 근데 늦게까지 할 때는 (다음 날) 점심에 들어간 적도 있어요.]

[접대부 C: 어쩔 때는 8명, 막 10명 이래. 여기는 안전한 거 같아.]

[접대부 D: 작년에 (코로나) 터지면서 준비했던 거 다 빠스라져 가지고 코로나 때문에 못했고. 원래 회사 다니다가 숍을 차리려고 했었고. 지금은 이거 하나만 하는데 근데 많이 줄어들었는데 그래도 대기업 과장급은 받지]

밤 10시 전에는 평범한 노래방처럼 영업을 하지만 이후에는 셔터를 열고 닫으며 비밀 작전을 하듯 예약된 단골손님만 받았고, 손님을 직접 데리고 오거나 후문으로 안내하며 사람들의 눈을 피해 영업을 이어갔습니다.

[서울 광진구 C 노래방: 원래는 10시까지인데 지금 늦게까지 하는 거잖아. 근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기존 단골이 있으니까, 그런데 단골 없는 데는 완전히 개시도 못하고 가는 데가 많아. 그리고 10시 이후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 다 공무원 계통에 있는 사람들이야. 어, 좀 있다 좀 있다 나가. 그게 아니라 지금 경찰차가 지나가서 좀 있다 가라는 거야.]

경찰청은 지난달 5일부터 지난 2일까지 4주간 코로나19 관련 유흥시설 집중 단속을 진행해 총 604건·3259명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방역에 가장 취약한 시설로 분류된 유흥시설, 4차 대유행의 고비 속에서도 감염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위험한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위반한 채 새벽까지 영업을 이어가는 불법 유흥업소 후문으로 손님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위반한 채 새벽까지 영업을 이어가는 불법 유흥업소 후문으로 손님들이 들어서고 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 기자·윤웅 인턴기자>

탐사보도팀 jeb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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