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는 선점, 갈등은 자제…오세훈의 취임 한 달
입력: 2021.05.07 05:00 / 수정: 2021.05.07 05:00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비전 2030 위원회 발대식 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비전 2030 위원회 발대식' 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부동산·방역 등 정책 전환 예고…실행 과정은 '협의' 원칙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한 발 빠르게, 그러나 조심스럽게.'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 한 달 행보에서 드러난 모습이다.

취임 직후 '야당 서울시장'답게 자가검사키트 도입, 재건축 활성화 등 기존 정책 기조와 다른 메시지를 던지며 이슈 선점에 나섰다.

동시에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발을 맞추고, 불편한 기억일 수 있는 유치원 무상급식 제안을 받아들이는 등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는 평가다.

오 시장은 지난달 7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됐고 이튿날부터 바로 임기를 시작해 이달 8일로 한 달 째를 맞는다.

'첫 날부터 능숙하게' 시정을 운영하겠다는 후보 시절 약속을 지키려는 듯 이 기간 방역, 안전, 도시교통,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현장을 찾으며 업무 파악과 정책 방향 구상을 병행했다. 또 한 달 사이 기자 브리핑만 9번을 개최하며 주요 정책 방향을 알리고 민감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존 시·정부 정책과 다른 기조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줄줄이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부동산 분야에서는 후보 때와 마찬가지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한편 국민의힘 소속 다른 지자체장들과 함께 공시지가 결정권한을 지자체에도 부여해 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방역 분야에서는 방역당국이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한 자가검사키트 도입과 함께 영업제한 시간을 업종별로 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서울형 상생방역'을 제시했고, 국무회의에서도 이를 논의했다.

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했고,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요 정책에 메시지를 던진 차원"이라며 "굵직굵직한 방향을 먼저 제시하고 세부적인 방안을 수립하겠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렇게 강경한 메시지와는 다소 결이 다르게 정책의 세부 시행방안을 두고는 정부와 협의 하에 추진하겠다는 원칙으로 조심스럽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여당과 마찰을 일으키며 시정에 차질을 빚기보다는 실리를 얻겠다는 계산이라는 평가다.

서울형 상생방역은 시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여러 차례 방역 당국과 협의 하에 시행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이 언급한 지 거의 한 달이 지난 시점까지 방안 마련 및 의견 조율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4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시장 온라인 취임식에 참석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4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시장 온라인 취임식에 참석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재건축 활성화도 속도 조절을 해서라도 먼저 시장 안정을 챙긴 뒤 주택 공급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요충지인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을 토지허가거래지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시장 교란 행위가 일어나는 단지는 엄벌과 함께 재건축을 후순위로 미루겠다고 엄포를 놨다.

기존 시 조직과 정책을 크게 뒤흔들지 않겠다는 뜻도 수 차례 밝혔다. 1·2부시장 공석을 채우는 선에서 고위 간부 인사이동을 마무리하고, 광화문광장 계획을 중단하지 않은 채 수정·보완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하면서 이 말을 지켰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이 제안한 유치원 무상급식을 받아들인 것도 주목할 만한 결정이라는 평가다. 10년 전 학교 무상급식에 시장직을 걸었다가 퇴임했던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치원 무상급식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급·간식비 현실화까지 제안하며 한 발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그는 유치원 무상급식 정책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이미 시행되는 것을 제 원칙이나 잣대로 수정하거나 철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급식 문제는 초중고에서 이미 시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저의 입장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형평에 맞지 않는 것은 균형을 맞추는 등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원칙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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