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주님 뜻에 맞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故정진석 추기경이 영면에 들었다. /cpbc 생중계 화면 캡처 |
"주님 뜻에 맞는 사람 되고 싶어"…故정진석 추기경, 주님 곁으로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고(故)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이 마지막 장례미사를 끝으로 영면에 들었다.
정 추기경의 마지막 장례미사가 1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진행됐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 주교단이 공동 집전한 장례미사는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사제 80여 명을 포함한 230명만 참석했다.
정 추기경은 지난달 27일 밤 10시 15분 노환으로 선종했다.
고인을 많이 의지했던 염수정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정진석 추기경께서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셨을 때 기댈 곳이 없다고 하신 말씀을 이제야 이해했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정 추기경의 생전 모습을 추억했고, 슬픔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염 추기경은 "교회의 큰 사제이자 우리 사회의 어른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참 슬프고 어려운 일"이라며 "김수환 추기경님이 아버지 같은 분이라면 정진석 추기경님은 우리 교회와 사제들에게 어머니 같은 분이셨다"고 말했다.
이어 정 추기경에 대해 "식별해 결정을 내리는 것은 꼭 실행하시는 추진력을 지니셨기에 하느님께서 우리 교구에 꼭 필요한 큰 어른을 보내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근엄하고 박력 있는 모습 이면에 부드럽고 온유하며 넓은 아량과 사랑을 지니신 분이었다"고 돌이켰다.
염 추기경은 "정 추기경님은 당신의 사목 표어(모토)인 '모든 이에게 모든 것'처럼 일생을 사셨다. 진정한 행복에 대해 늘 강조하셨고 마지막 말씀에서도 행복하게 사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고 하셨다. 모든 것을 버릴 때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주셨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이고 하느님의 뜻인지 분명히 알려주셨다"고 설명했다.
정 추기경의 업적도 나열했다. 염 추기경은 "교회법 분야에선 그야말로 선구자이셨다. 동양 최초로 라틴어 법전을 우리말 해설서 전집으로 출간하셨는데 이는 한국 교회사의 큰 획이 됐다. 또한 신자들을 위한 성경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출간했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을 신자들과 조금이라도 더 나누고자 단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추구한 정 추기경님의 자세는 우리가 모두 본받아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추기경님께서 생전에 우리와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셨던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그분의 영원한 안식과 부활의 희망 속에 고이 잠든 모든 영혼을 위해 기도를 해야겠다"며 정 추기경의 평온한 영면을 바랐다.
故 정진석 추기경의 마지막 장례미사가 진행됐다. 지난 27일 선종한 고인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애도의 뜻을 전했다. /cpbc 생중계 화면 캡처 |
이와 함께 '너는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이다' 등 정 추기경이 생전 남긴 말과 메시지, 기도하던 모습들을 담은 추모 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에서 정 추기경은 "주님은 그 사람이 짊어질 수 있는 한도의 십자가를 허락하신다. 어떻게든 주님 뜻에 맞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이용훈 마티아 주교, 사제단 대표 백남용 바오로 신부, 손병선 아우구스티노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회장, 서울대교구 총대리 손희송 베니딕토 주교 등이 발언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의 조전을 대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 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역시 "정 추기경의 선종에 애석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정 추기경님의 신앙과 교회를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수고에 주님께서 보답하길 기도한다"고 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사제단 대표이자 고인의 제자였던 백남용 신부,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 회장은 이날 추모사를 맡았다. 백남용 신부는 "수많은 따뜻한 추억을 남겨놓으시고 이제 저희 곁을 떠나 천국으로 가시지만, 그래도 모든 성인들이 이루는 통공 가운데 늘 함께 있을 수 있다고 믿어 위로가 된다"며 "모든 이들을 위해 모든 것이 돼주시려고 작정하셨던 삶이었으니 추기경님의 삶은 얼마나 고단하셨을까. 이젠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장례미사를 마친 뒤 경기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에 안장된다. 정 추기경의 추모 미사는 3일 명동성당에서 염 추기경의 주례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