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도 재건축도…일단 양보하는 오세훈
입력: 2021.05.03 05:00 / 수정: 2021.05.03 05:00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자가검사키트 도입 등 주요 정책을 두고 정부에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 서울시장으로서 정부와 엇박자를 내기보다는 원활한 시정 추진을 위해 내줄 것은 내주고 얻을 것은 얻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자가검사키트 도입 등 주요 정책을 두고 정부에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 서울시장'으로서 정부와 엇박자를 내기보다는 원활한 시정 추진을 위해 내줄 것은 내주고 얻을 것은 얻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제공

자가검사키트 "정부와 협의"…재건축도 "시장 안정이 먼저"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자가검사키트 도입 등 주요 정책을 두고 정부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 서울시장'으로서 정부와 엇박자를 내기보다는 원활한 시정 추진을 위해 내줄 것은 내주고 얻을 것은 얻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오 시장은 지난 29일 부동산 시장 안정화 관련 브리핑을 열고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엄벌하고, 이런 행위가 일어나는 곳은 재건축을 후순위로 미루겠다고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재개발‧재건축 정상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신규 주택에 대한 기대수익이 시장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시장원리"라면서도 "문제는 최근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들이 자연스러운 시장원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시장 가격의 왜곡에 가깝게 가격 상승을 부추기며 시장을 교란시키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재개발‧재건축의 정상화를 통한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려 하는 것"이라며 "갭 투자를 노린 투기적 수요가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중심에서 국민경제를 어렵게 하는 현상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가능한 행정력을 총 동원해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를 먼저 근절해 나가겠다"며 속도 조절을 해서라도 먼저 시장 안정을 챙긴 뒤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앞서 21일에도 브리핑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요충지인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을 토지허가거래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혀 '선 규제, 후 완화'라는 추진 방향을 암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이는 보궐선거 당시 "일주일 안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절차를 시작하겠다"며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예고했던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오히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정부의 기조와 발을 맞추는 듯한 모습이다.

또한 그는 부임 직후부터 적극 추진한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두고도 정부화 협의 하에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취임 후 처음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도입을 건의할 만큼 전면에 내세운 '오세훈표 정책'이지만 시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협의를 거치겠다는 방침을 수 차례 확인했다.

일례로 학교 현장에 도입한다는 계획을 두고 유은혜 부총리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21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시는 "정부부처와 자가검사 키트 도입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식약처 등에서 허가하지 않은 것을 사용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와 마찰을 빚으며 시정 추진에 파열음이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먼저 양보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대야소 국면에서 '야당 서울시장'으로서 정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현실적인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시장 온라인 취임식에 참석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시장 온라인 취임식에 참석해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몇몇 사안에서 후보 시절 공약과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평소 '시민을 위해서라면 공약도 수정할 수 있다', '시민을 위한다는 목표는 하나다'고 강조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협치를 하지 않고 갈등만 빚게 되면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정쟁만 남게 된다"며 "양보할 건 하고, 얻어낼 건 얻어내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시의회와는 서로 '협치'를 내세우면서도 다소 삐걱거리는 모습도 보인다. 특히 시의회에서는 최근 오 시장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의 행정 책임자였던 김태균 당시 행정국장을 사실상 좌천한 것으로 두고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정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영등포2)은 "고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결정한 것은 특정 개인의 결정이 아님에도 직업 공무원인 개인에게 모두 책임지우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결국 시의회도 시민을 위해 일을 하자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후 조직개편도 조례 개정이 필요한 만큼 협의로 풀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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