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이다] 스치기만 하면 '로또'?…보험료 폭탄 '나이롱 환자' 진실
입력: 2021.04.21 07:01 / 수정: 2022.11.08 21:38

고액 합의금 노린 교통사고 경상 환자, 입원 후 '술판'…연 5400억 과잉 진료 낭비

[더팩트ㅣ탐사보도팀] "교통사고가 나면 일단 뒷목부터 잡아라!"

고액의 합의금을 노린 속칭 '나이롱 환자'들의 행동 지침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살짝 스치면 오히려 '로또'를 맞은 거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데요. 이처럼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이롱 환자들의 일탈 행위가 점점 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덕인 기자: 제가 나와있는 이곳은 김포의 한 한방병원 앞입니다. 거리에는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그들의 동선을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취재진은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약 한 달 동안 경기도 김포시와 인천광역시 남동구, 서울 강서구 일대의 병원을 찾아 그들의 행태를 관찰했습니다.

병원 인근에 있는 한 놀이터. 환자복을 입고 시소를 타고 있는 여성이 보입니다. 목과 허리 등에 충격이 갈 수밖에 없는 시소를 아무렇지 않게 타고 있습니다. 급기야 무릎을 이용해 과격하게 시소를 타기도 합니다. 재활 치료차 입원한 환자의 모습이라고는 믿기 힘든 모습입니다.

어둠이 깔린 후 나이롱 환자들의 행태는 더욱 충격적으로 변합니다. 식당에서 술판을 벌이기도 하며, 버젓이 거리에서 흡연하며 침을 뱉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편의점에서 소주를 구입한 뒤 다른 병에 옮겨 담아 유유히 병원으로 향합니다. 이들의 일탈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로 입원하는 환자의 대다수가 13급 정도의 경상 환자가 대부분인데요. 아무리 가벼운 접촉사고일지라도 입원 기간이 길수록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꼼수가 그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보험 약관을 악용한 편법 행위도 어렵지 않게 발견됩니다.

환자복을 숨긴 채 외출하는가 하면, 한 중년 남성 환자는 자신의 자택으로 돌아가 다음날 다시 병원으로 복귀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나이롱 환자를 양산하는 것에 대해 병원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취재진은 PC방에서 교통사고로 입원 중인 환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기자: 교통사고가 심하지는 않으셨나 봐요?]

[A한방병원 입원 환자: 네. 병원 안에서는 말 안 하니까 얼마나 아픈지는 (서로) 모르죠.]

[기자: (병원에서) 입원을 강요하진 않는지?]

[A한방병원 입원 환자: 물어봐요. 통원할 건지 입원할 건지.]

[기자: 입원은 며칠 정도?]

[A한방병원 입원 환자: 한 일주일.]

일부 교통사고 전문병원은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를 입원시켜주고, 환자에게 보험사와 합의금 협상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도 전해집니다. 환자의 부상 상태는 뒷전이고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는 것에만 급급한 모습입니다.

[B한방병원 관계자: (교통사고 난 거면) 입원은 가능할겁니다. 선생님께 말씀 잘 하시면 입원 가능할 것 같고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병원은 환자를 관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일탈 행위에도 큰 관심이 없는 태도입니다.

[A한방병원 관계자: 어쩔 수 없는 외출 있잖아요. 은행 업무 등은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런 건 외출 때 원장님 허락을 받고요. 외출증 작성 후에 나갈 수 있어요. 건물 밖은 거의 못 나가게 노력하고 있어요.]

[C한방병원 관계자: 본인이 잠깐 (외출)이라고 이야기하니까. 그래서 외출증 사인을 따로 받지는 않고 있어요.]

이 밖에도 수많은 병원이 환자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교통사고량이 줄어들어 경상 환자 수도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 전문병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한방병원에 지급되는 보험금은 오히려 증가하는 상황입니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자동차보험에서 과잉진료로 빠져나가는 보험금 규모가 전체 치료비 지급액의 약 20% 정도로 추정합니다. 즉, 연간 54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진료비로 낭비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상 환자들의 입원율만 낮춰도 연간 1조 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분석합니다.

[천찬희 변호사: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의사의 소견이자 고유 권한이어서 악용될 소지가 높습니다. 나이롱 환자들 때문에 보험사도 피해를 입은 거고, 일반 시민들도 피해자에 해당합니다. 현실적으로 이걸 밝혀낼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보험사는 적자를 메꾸기 위해 보험료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시민들은 경미한 교통사고에도 '보험료 폭탄'을 맞고 있는 구조입니다.

[기자: (접촉사고 후) 경상환자 상대방이 병원 입원한 경험이 있는지?]

[35년차 택시기사: 살짝 범퍼만 부딪쳤는데도 별로 표시가 안 나도 입원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 보험료 할증도 올라가고. (택시) 회사에서는 보험처리를 해야 되잖아요. 회사에서는 극도로 싫어해요. 사고 나면 (기사들이) 찍히고 하니까 스스로 자기 돈으로 물어내는 경우도 많고. (환자가 있다는 병원) 가서 보면 입원했다가 저녁에 다 집에 가고 놀고 술 마시고. 환자들 다 그래요. 보험료는 (사고 낸) 우리도 손해지만 정부도 손해죠.]

일부 나이롱 환자들과 병원의 수상한 거래.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영국의 '위플래시 개혁'을 벤치마킹하는 등 이를 막기 위한 금융위의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보다 더 촘촘한 제도 마련과 사회적 인식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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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 기자·윤웅 인턴기자>

<구성=장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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