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적자 1조 돌파…요금인상 '모락모락'
입력: 2021.04.21 05:00 / 수정: 2021.04.21 05:00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처음으로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호균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처음으로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 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호균 기자

코로나 여파로 승객 감소해 악화…6년째 동결 상태

[더팩트|이진하 기자] 서울 지하철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승객 감소로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6년째 동결됐던 요금이 인상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조1137억 원에 이른다. 그동안 적자는 매년 계속됐으나 당기순손실이 1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5865억 원)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공사는 이같은 적자 증가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재택근무 등을 시행하면서 대중교통 이용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송인원 감소로 공사의 운수수입도 크게 감소했다. 2019년 운수수입은 1조6714억 원이었으나, 2020년에는 전년 대비 27.0%(4515억 원) 감소한 1조2199억 원을 기록했다. 정부 보전 없이 무임수송 등으로 큰 부담을 안았던 공사의 재정상황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공사는 지난 1일 오후 광화문역 인근 대합실에서 '지하철 재정위기 이슈화를 위한 광화문역 이벤트'를 열어 공사 재정난 및 무임수송 손실 국비 보전 필요성 홍보를 실시하기도 했다. 캐릭터 상품인 '또타' 인형과 에코백을 판매하면서 시민의 관심도 유도했다.

공사 관계자는 "수송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요금이 오랜 시간 이어지면서 답답한 마음에 이벤트를 열게 된 것"이라며 "지난해는 코로나 여파로 손실금액이 더욱 커졌는데 일반 기업과 달리 상품 요금 조정도 자체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통공사는 무임수송 비용이 나날이 늘어가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남용희 기자
서울시교통공사는 무임수송 비용이 나날이 늘어가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남용희 기자

공사의 2020년 자금부족 규모는 약 9872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매년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도까지 기업어음(일시차입금)을 발행해 자금을 보충하는 상태다.

자금 확보를 위한 비상경영체제 가동 및 요금 인상 건의 등을 추진했지만 서울시와 정부 등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로 수송원가를 비교하기 어렵지만 2019년 기준 원가보다 500원이나 낮은 금액으로 운임을 책정해왔다"며 "2015년 이후 동결이 되지 않아 원가와 운임 비용 폭이 계속 커졌다. 사실상 해결책은 요금 인상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결국 요금 인상은 공사가 결정할 수 없으며 도시철도법에 따라 서울시의 결정이 필요하나 요금 인상을 부담스러워하는 정치적 논리 때문에 지난 5년 간 동결 상태였다"며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사는 해외 여러 국가에서 시행 중인 소비자물가지수 및 에너지 비용 지수 등을 반영한 운임조정 제도를 도입해 매년 적정 운임을 산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지하철 요금이 인상됐던 2015년 조례를 통해 요금 인상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는 이미 마련됐다"며 "다만 이 조례에 따르면 요금 인상이 한 번 이뤄진 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아직 제도가 실현되진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 14조 1항에 따르면 시장은 원가수준, 적자규모, 수도권 지역 대중교통 요금과 형평성, 물가상승률, 경제여건 등을 고려해 '서울특별시 물가대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등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대중교통 요금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

또 2항은 시장은 대중교통 서비스 질의 향상과 시민의 안전확보 등을 위한 투자재원 확충이 가능하도록 대중교통 요금 수준의 적정성 여부를 2년마다 주기적으로 분석해 조정한다고 명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문제를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영무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문제를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영무 기자

서울시는 지하철 요금 등 대중교통 인상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경기도, 인천시, 코레일 등과 협의를 해야 하는 문제"라며 "서울교통공사의 최대 적자폭 기록 등에 따른 요금 인상 필요성도 잘 알고 있으나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요금 인상은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함께 협의해야 하는 서울시의회도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관계자는 "요금 적자는 지하철뿐 아니라 시내버스, 마을버스도 같은 상황"이라며 "현재는 시에서 어떤 안건도 제출한 것이 없어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이 취임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1년 임기인 입장에서 요금 인상 부담을 안을지 의문"이라며 "인상에 동의하는 시의원도 있지만 코로나 시국 때문에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정부의 어르신·장애인 등 무임수송 손실 국비 보전에 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코레일은 무임수송 비용의 60%를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으나 서울시교통공사는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어 재정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실제 서울시의 지난해 무임수송 인원은 1억9600만 명으로 전체 승차인원 15.3%를 차지한다. 이들의 수송 운임을 환산하면 약 2634억 원에 달하며 2016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공사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 도시철도법 개정 등을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 등으로 진척이 없다.

최근 오 시장은 대중교통 요금 인상 문제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시절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언급하기도 해 7년 만에 인상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승객이 크게 감소해 공사로서도 매우 어려운 한 해였다"며 "코로나19의 완전한 극복을 위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한 만큼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요금 인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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