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데스노트…'박원순 지우기' 1호 정책은
입력: 2021.04.16 05:00 / 수정: 2021.04.16 05:00
오세훈 서울시장이 본격적으로 업무 파악에 돌입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사업 중 어떤 사업이 청산할 지 주목된다. 오 시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본격적으로 업무 파악에 돌입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사업 중 어떤 사업이 청산할 지 주목된다. 오 시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시민숙의예산제·태양광 '폐기 리스트'에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업무 파악에 본격 돌입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역점사업 중 어떤 정책을 '데스노트'에 올릴지 관심을 끈다.

그는 첫 출근 때 "전임 시장 일을 쉽게 뒤집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후보 시절 폐기 계획을 밝힌 시민숙의예산, 태양광 보급 등은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다.

오 시장이 4·7보궐선거를 준비하면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공약 관련 답변서를 살펴보면 전임 시장 공약 중 폐기할 사업 목록에는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소관 사업과 태양광 보급 사업이 포함돼 있다.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고 박 전 시장이 공들여 추진한 사업으로, 시민들의 정책 참여 범위를 한층 넓힌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시민참여예산을 전체 예산의 5%까지 늘린다는 계획 아래 시민숙의예산제를 추진하고 시민 제안 플랫폼인 '민주주의 서울'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오 시장은 폐기 사업 목록에 시민 정책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 확대 및 활성화, 시 예산 5% 시민숙의예산제 추진 등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핵심 사업을 넣었다. 특히 취임 이후 각 부서별로 업무보고를 받는 가운데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보고 일정도 잡지 않아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오세훈 시장은 폐기 사업 목록에 시민 정책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 확대 및 활성화, 시 예산 5% 시민숙의예산제 추진 등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핵심 사업을 넣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시민숙의예산의 전신인 주민참여예산 첫 예산위원 위촉식에서 마른 수건도 짜낸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는 고 박원순 전 시장/뉴시스
오세훈 시장은 폐기 사업 목록에 시민 정책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 확대 및 활성화, 시 예산 5% 시민숙의예산제 추진 등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핵심 사업을 넣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시민숙의예산의 전신인 주민참여예산 첫 예산위원 위촉식에서 마른 수건도 짜낸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는 고 박원순 전 시장/뉴시스

시민숙의예산제는 시민 공모와 숙의 과정을 거쳐 이듬해 예산에 반영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숙의를 거친 사업은 이미 올해 예산에 6000억 원 규모로 편성됐고, 내년에는 1조 원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 아래 올 2월부터 공모를 시작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 예산 반영을 위한 사업 공모가 시작됐지만 오 시장이 폐기 사업으로 콕 찝은 이상 향후 지속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며 "오 시장이 후보 때부터 서울민주주의위원회 폐기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곧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조직이라는 말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시민 제안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은 폐지 결정까지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플랫폼의 전신이 오 시장이 과거 재임 시절 만든 '천만상상 오아시스'인데다 이 같은 시민 제안 창구가 국가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만상상 오아시스는 시민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시민과 공무원 전문가가 평가하고 구체화시킨다는 취지로 2006년 10월 문을 열었다. 고 박 전 시장은 여기에 토론 기능을 강화해 2017년 10월 민주주의 서울로 개편했다.

방문자수는 2019년 25만 명에서 지난해 60만 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올 3월에는 전체 제안 건수가 126건이었는데 오 시장이 취임한 뒤인 이달 8~14일에만 116건이 접수됐다. 새 시장 취임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천만상상 오아시스를 만들 때 오 시장이 직접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며 "이 정책은 2009년 UN공공행정상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본격적으로 업무 파악에 돌입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사업 중 어떤 사업이 청산할 지 주목된다. 서울시가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함께 추진하는 철도 차량기지 태양광 발전시설 예시.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본격적으로 업무 파악에 돌입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사업 중 어떤 사업이 청산할 지 주목된다. 서울시가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함께 추진하는 철도 차량기지 태양광 발전시설 예시. /서울시 제공

고 박 전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태양광 보급 사업도 오 시장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오 시장은 1백만 가구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공공 태양광 및 커뮤니티 발전소 확대, 태양광 지원센터 원스톱 서비스 제공 등 관련 사업을 폐기 예정 공약으로 꼽았다.

고 박 전 시장은 첫 임기 시절 시작한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에 이어 2017년부터는 2022년까지 100만 가구에 베란다 태양광 등 태양광 발전시설을 보급, 원전 1기 분량의 에너지를 절감한다는 '태양의 도시 서울' 계획을 추진했다.

시는 이런 계획 아래 지난해 말에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협약을 맺고 시내 LH 공공주택 3만9000세대에 태양광을 집중 보급하고, 공용시설에도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올 2월에도 건물 외벽에 외장재와 비슷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등 관련 사업들을 지속 추진하는 상황이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이전부터 정부 차원의 태양광 확대 기조를 두고도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시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특정 시민단체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있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오 시장이 결단을 내릴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ney@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